AI투자도 주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미 20~30%는 소위 HFT (High Frequency Trading)이라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의한 극초단기 투자이다. 하지만 장기투자라고 해도 인덱스 펀드와 같은 것은 대부분 프로그래밍에 따른 투자이고, 최근에는 소위 로보어드바이저인 AI 자산운용으로, 개인들 역시 AI에 의한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전체 시장으로 놓고 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도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엊그제 AVC 블로그에 “AI가 주주총회에 등장하게 될때 (When The AI Comes To Your Annual Shareholders Meeting)“라는 글이 있었는데 흥미롭다. 향후 주주총회에 AI만 나오면, 이사선임, 감사인선임 등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하고, 이렇게 되면 회사의 관리구조 (governance)는 어떻게 될까 하는 내용이다.

앞으로는 주주총회장에 애널리스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참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전문 주총꾼들은 계속 오겠지만) 문제는 알고리즘이 워낙 복잡해서, 도대체 주총에서 뭘 물어보고 뭘 의결해야 기업가치가 올라갈지 모를 수도 있겠다. 아니, 어찌보면 굳이 그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고, 그냥 지속적으로 수익극대화를 위한 단기 트레이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어쨌든 1) 날카로운 안목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2) 시장 환경을 고려하여 진입과 회수 타이밍을 잡고, 3)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익율을 거두는… 이런 전통적인 자산운용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AI는 전통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고수익 직종부터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VC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번에 이 것도 한번 얘기해 보겠다.

도드-프랭크법: 한국의 벤처

트럼프 행정부의 탈규제 정책 일환으로 최근 오르내리는 것이 도드-프랭크법이다. 공식적인 이름은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 (Dodd 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 (특히 은행)이 과도한 리스크를 갖는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대출 등을 무리하게 집행해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인데… 시간이 흐르면 아픔은 잊혀지기 마련. 납작 엎드렸던 금융회사들도 규제 때문에 힘들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트럼프도 이 법안을 개혁하는데 관심이 많이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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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남의 나라 법안이지만, 재미있게도 벤처쪽에서 우리나라 투자자에게 주는 영향이 있다. 도드-프랭크 법안의 일부가 볼커룰 (Volker Rule)이라고 은행의 자기거래를 금지하는 규정으로, 헷지펀드나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포함한다. 국내 은행 중에 미국에 사업장을 가진 은행은 미국 감독기관의 관리를 받으며 (소위 “Bank Holding Company”로서), 미국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법안을 준수해야 하고, 도드-프랭크법도 마찬가지로 준수해야 한다. 약간 애매한 것이 한국의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하는 것도 이 도드-프랭크법에 적용되느냐 하는 것인데, 일단 모호하면 소극적이 되기 때문에, 벤처투자조합에 출자를 안 하는 것에서부터, 출자는 하더라도 그 조합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조심하게 된다. 어쨌든 현재 분위기는 도드-프랭크법이 사라지지는 않을 듯 하다. 조금 약화될지는 몰라도.

큰 기술 걸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Theranos (혈액진단서비스)에 투자했던 Fox의 루퍼드 머독이 몇일전 투자금액 $125M을 $1에 팔고 정리했다 (관련기사). 2015년말 WSJ의 탐사보도로 부터 시작하여서, 보유 기술에 대한 허위 진술 등으로 현재 각종 소송이 걸려 있고, 한때 9조원이 넘었던 기업가치가 현재 1조도 안되게 줄어들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즈 (Elizabeth Holms)는 “어린시절 주사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극소량의 혈액으로 수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장비를 만들었다”라는 아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차세대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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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일단 눈에 띄기 위해서는 큰기술을 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미국 벤처 회사는 큰기술 걸기의 향연장이다. 자잘한 기술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일단 뭔가를 뒤집어 놓는 disruptive한 기술이라고 해야지 좋아한다. 또한 단순히 disruptive 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정말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그래서 큰기술이 제대로 걸려서 성공하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같이 되는 것이고, 어줍잖으면 엘리자베스 홈즈 처럼 되는 것이다. 래리 엘리슨은 미래의 일을 마치 현재의 일처럼 얘기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잘되면 미래를 내다보는 비져너리이고, 잘 못되면 엘리자베스처럼 허위기만에 따른 소송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벤처에 있다면 정치처럼 큰기술을 한번 걸어보는 것이 이 업의 속성에 맞을 수 있겠다.

노벨상: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도 노벨상은 대단한 영광이다. 주차비가 비싸고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 버클리 대학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전용 주차공간이 있다.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노벨상 수상 교수가, 수상소감에서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전용주차공간이 생긴 것이 가자 좋다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이동네에서 버클리 연관 노벨상 수상자가 69명, 스탠포드 연관 노벨상 수상자가 58명이니, 그래도 다른 곳 보다는 심심치 않게 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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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스타트업 회사를 만났는데, 아버지가 노벨화학상을 최근에 수상한 사람이었다. 자기 회사를 소개하는데 굳이 아버지를 언급할까 싶기도 했지만, 여하간 노벨상이라고 하니 괜히 왠지 더 경청하게 되니… 사람 마음이 그렇다. 그 사람도 몇번 경험을 통해 이게 통한다는 것을 보니까 계속 얘기했겠지 싶다. 아버지가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아들이 훌륭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여하간 덕분에 회사 자문단 중에 3명이나 노벨상 수상자가 들어와 있다. 또한 초기 엔젤 펀딩도 잘 받기도 하였다. 물론 앞으로의 회사의 성패는 창업자와 팀의 몫이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출발점이 다른 창업금수저 이다. 학연, 지연, 혈연, 거기에 인종까지, 창업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값비싼 헬스케어 – 값싸게 만들 벤처

미국 의료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Times에서는 2013년 3월에 특별판으로 도대체 이 비싼 의료비용의 시작점은 어디인지를 파헤치는 심층기사를 쓰기도 했다. (아직도 그 특별판을 소장하고 있는데, 다시 읽게 되지는 않는다).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아직은 시장의 초기여서, 산업을 흔들만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가 없기는 하다.

미국 의료시스템의 3대 축은 병원, 보험, 제약사로, 바라보는 사람들 마다 서로 다른 주체를 비싼 의료시스템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제일 쉽게는 보험사가 악덕 사업자로 생각된다. 환자의 필요와 보험사의 경제성이 충돌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상이 보험사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평소에 내는 보험료를 생각하면, 이렇게 나쁜 업자들이 없지 싶다. 벤처회사 중에 Collective Health와 같이 곳이 새로운 보장시스템으로 보험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사전진단을 위한 Liquid Biopsy 회사인 Grail, Guardant Health 등이 보편화되고 보험 적용도 많아지면, 보험서와 환자 모두에게 호혜적인 환경이 생길 수도 있을 듯 하다.

보험사들은 값비싼 의료시스템의 원인을 주로 병원이나 제약사에게 돌린다. Times 특별판에는 가장 문제의 핵심을 병원으로 꼽았다 (특히 비영리병원). 이유는 병원의 원가는 너무 불투명하고, 비용 책정이 터무니 없이 높고, 과잉진료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내세우기 좋아하는 근거로, 제약회사의 수익성은 20% 수준에 달하지만, 보험회사는 2% 수준으로, 수치만을 봐도 누가 돈을 가져가는지 명확하다는 것이다. 수 많은 벤처회사들이 병원의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특히 Teladoc (원격진료), Omada (디지털헬스케어), Lemonaid (비대칭진료) 등이 값비싼 병원을 ‘효율적’으로 대체할 서비스로 나오고 있다.

제약사는 최근에 더더욱 욕을 많이 먹는 주체이다. 얼마전 Turing은 약 한알당 가격을 $13.50에서 $750으로 하룻만에 올리기도 하였고, Rodelis라는 회사는 30알에 $500에 팔던 것을 $10,800으로 올리기도 하였다. 특히 희귀질환약 가격은 통제하기 힘들 정도이다. 벤처업계에서는 최근 CRISPR, NGS 등 기술의 발전으로 수 많은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drug repurposing이라고 기존 약이나 물질을 다른 질환에 적용하는 분야가 관심이 많이 간다.

어쨌든 헬스케어가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있어서, 단순히 가격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 다만 기술의 발전으로 ‘명의’의 경험이 AI 기술로 보편화 되거나, ‘수술대가’의 기술이 수술로봇으로 보편화되고, Liquid Biopsy나 디지털헬스케어로 사전적 예방이 확대된다면 전체 시스템은 분명히 낮아질 것이고, 이 분야에 수 많은 벤처회사들이 달려들고 있고, 이미 몇 곳을 투자하기도 하였다.

자율주행차로 사라질 산업

작년 중순에 70대가 넘은 분과 얘기하다가 자율주행차 얘기가 나왔다. 이분 얘기가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물류도로를 따라 있는 수 많은 숙박시설, 식당 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주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다 라는 얘기를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60대 할머니 프로그래머들이 벤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듯이, 70대 할아버지는 아직도 자율주행차가 열 새로운 시대에 대한 식견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 노신사의 식견을 들은 후 거의 1년이 지난후 CB Insights에서 자율주행차가 함께 사라질 21개 산업에 대해 정리하였다 (기사링크). 여기에 보면:

  • 자동차 보험, 물류 운전자, 호텔, 식당 등 가장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을 산업도 있고,
  • 자동차 정비, 자동차 부품 서비스, 오일교환/세차, 운전교습 등 영향 받는 것은 명확하지만 상대적으로 산업의 규모가 적은 것도 있고,
  • 병원 (사고가 적어져서), 공유차량, 공공 교통 등 자율주행의 영향이 모호해 보이는 것도 있고,
  • 엔터테인먼트 등 자율주행에 따른 수혜 산업도 하나 언급하고 있다.

여하간 CB Insights에서는 언급은 안 되었지만, 주변에 나이드신 분들의 지혜를 경청해 보면, 자율주행차로 노인 활동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 동안 운전때문에 못 나오다가, 다시 경제의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단거리 여행 수요는 많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좀 더 근원적인 문제로, 자율주행이라는 시스템을 유린하는 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불명확하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신호를 지키고 차를 피한 것은, 운전자가 자신을 못 보거나 운전자가 또라이 일수도 있다는 가정하에서의 행동이다. 그런데 만약 자율주행차가 사람 앞에서 무조건 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제 보행자들이나 심지어는 범죄자들이 자율주행의 시스템을 가지고 플레이가 가능해 진다.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에 할 일이 많다.

Johnson & Johnson Innovation

Johnson & Johnson이 시가총액 400조원 규모의 대형 회사로 미국에서도 시가총액 순위로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회사이다. 또한 의료장비/제약 등 헬스케어 제품과 화장품 등 컨수머 제품을 동시에 보유한 독특한 회사이기도 하다.

미국 제약사들의 벤처투자는 요즘 더욱 활발하다. 보통 기업벤처투자 (소위 Corporate VC)는 투자를 정당화하기 참 곤란하다. 전략적 목적이라는 것도 모호하고, 투자로 100억을 번다고 해도, 매분기 1조원씩 버는 회사라면 투자수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반면 제약사의 경우는 투자 대상과 이유가 명확하다. 신약개발은 파이프라인이 명확하고, 무엇이 성공인지 정의되어 있으며, 투자를 통해서 거둘 수 있는 기업의 목적이 확실하다. 특히 제약사의 경우 내부 R&D 보다 외부 R&D (외부 라이센싱)가 보다 경제적 효익이 좋다고 보고 있다. 또한 내부 연구팀을 가져가는 것 보다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J&J는 외부 R&D 활동을 통합하는 “J&J Innovation”이라는 조직을 한 4년 전에 만들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 J&J Innovation의 리더십팀으로 자리를 옮겨서, 간만에 만나서 그 동안 알고 싶었던 이 조직의 목적과 형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 조직의 목적은 1) 사업개발 (라이센싱 등), 2) 벤처투자, 3) 새로운 회사 지원 등으로 전체 J&J 이코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1) 사업개발은 J&J Innovation Center (캘리포니아, 보스톤, 런던, 상하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센터내에 scientist, engineer, 사업개발 담당 인력이 있어서 회사들과 만나고 J&J 내부팀과 협의하면서 전략적 목적에 적합한 회사를 발굴하고 있다. 2) 벤처투자는 JJDC를 통해서 하는데, JJDC는 J&J Innovation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벤처투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약 2조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3) 신규 회사 지원은 JLabs를 통해서 하고 있다. JLabs San Francisco와 JLabs Houston은 방문해 본적이 있는데, J&J의 인큐베이션 사업으로 이곳에 입주하였다고 해서 J&J가 지분을 갖지 않는다.

큰 회사이기 때문에 내부 정치도 많고 관료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J&J에서 별도 조직으로 J&J Innovation를 설립하고, 지역과 기능을 메트릭스 조직 형태로 묶어서 사업개발을 총괄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보인다. 결국 조직은 사람이 운영하기 때문에, 성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외부 R&D가 중요하다면 중요한 만큼 조직을 신경써서 구성해야 할 것이고, 이런 점에서 J&J Innovation은 좋은 연구 대상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