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로 탄소 줄이기

모든 것을 NFT로 만드는 시대에 탄소포인트를 NFT로 만들려는 회사도 당연히 다수 등장하고 있다. 보통 탄소포인트는 한번 거래가 되면 퇴장 (retire)해야 하는 방식이어서, NFT로 만들면 퇴장했어야할 탄소포인트가 슬그머니 재거래되는 것을 막을수는 있겠다 싶다. 다만 퇴장한 NFT 자체의 가치는 “0”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아닌가?

어쨌든 탄소포인트는 소위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크게 보면 두개의 시장이 있다. 규제시장 (Mandatory Market)과 자율시장 (Voluntary Market)이 있다. 규제시장은 정부에서 연간 배출 한도를 정하고, 한도를 회사별로 분배하고, 회사들끼리 알아서 잘 써서, 모자라고 남는 것은 서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반면, 자율시장은 한도가 없다. 탄소줄이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탄소포인트를 그냥 사는 거다. 사서 어디에 쓰냐? 지구를 지킨다는 좋은 마음.

정부주도 규제시장은 중국이 제일 크고, 유럽은 통합 시장이 있고, 미국은 아직 없다. 캘리포니아 같이 주별로 몇개 시행하는 주가 있는데, 아직도 미국사람의 절반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생각하니, 연방정부 단위로 시장이 생기가 쉽지 않다.

자율시장은 현재 3천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풍력발전소 개발도 있고, 숲을 보호하는 것도 있고, 아프리카에 조리기구를 바꿔주는 프로젝트도 있다. 다 합치면 2기가톤 규모의 탄소를 줄일수 있다고 한다. 2기가톤이면 러시아 1년 탄소배출 규모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1) 정말 주장한대로 탄소 감축이 되었는지 측정하기 곤란하고, 2) 이 프로젝트 하려고, 오히려 다른데에서 탄소배출이 증가할수도 있는데 알수가 없고, 3) 효과라는 것이 프로젝트 때문인지 아닌지 영 애매할수가 있다 (굳이 이 프로젝트 안했어도, 어차피 공공기관에서 하려고 했다던가). 실제로 이런 프로젝트가 효과적이었는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도 카본포인트 (보통 자율시장의 이름은 Carbon Offset)를 많이들 산다. 가장 많이 사는 회사로는 구글이 있는데, 구글이 자기네가 탄소중립 (carbon neutral)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회사 자체가 탄소중립이 아니라, 카본포인트를 많이 샀다는 얘기이다.

마지막으로, 카본포인트의 가격은 정부의 배출한도, 자율시장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포인트 공급량 등으로 인해 오르락 내리락한다. 카본이나 NFT나 결국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될텐데, 공정가격이 산정되기에는 아직 시장이 너무 불투명해 보인다.

CO2! 돈 무지하게 들어가씨오.

지구 공기중에 이산화탄소가 3,200 기가톤 (1 기가톤 = 1톤의 10억배)이 있는데, 이게 공기중 비중의 0.041%라고 한다 (0.041%를 다른말로 하면 410ppm이라고).

문제는 거의 지난 백만년 동안 CO2가 200-300ppm 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1950년 정도에 300ppm 근처를 돌파한 후에 400을 넘어가며 빠른속도로 진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1년에 공기중에 배출되는 CO2는? 연간 30 기가톤이 넘는다. 이중 미국이 5 기가톤 정도로 가장 크다. 이렇게 많이 배출되면 큰일난다고 한다. CO2가 늘어나면 지구가 더워진다. 더워지면 이상 기후도 많아지고 해수면도 높아져서 전세계적인 재난이 발생한다고 하니, 어떻게든 뭘 해보려는 것이다.

그럼 뭘 할 수 있나? CO2를 적게 배출하고, 그러면서 공기중에 있는 CO2를 줄여야 한다. 만약 공기중에 있는 CO2를 줄이는 양이, CO2를 배출하는 양 보다 많아지면 소위 “탄소 네거티브 (carbon negative)”가 된다. 참 쉽죠.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지난 10-20년간 많이 진행되었다. 전기자동차, 태양광/풍력 등 탈탄소 에너지 확대이다. 하지만 배출을 줄이기만 해서는 공기중 CO2 비중은 계속 늘어날테니 (속도는 줄어들겠지만), 공기중의 CO2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이 기술은 만만치 않다.

크게 보면 두가지 방향이 있다. 한가지는 바이오기반 (토양, 나무심기), 다른 한가지는 화학기반 (CO2 빨아들이기)이다. 토양을 통한 CO2 포집은 가장 광범위하게 큰 규모로 할 수 있는데, 문제가 얼마나 CO2를 포집했는지 측정이 힘들다. 측정이 왜 중요한가? 이게 돈될려면 CO2 포집으로 포인트 모아서 (carbon offset)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몇 포인트인지 측정이 안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니면 공기중에서 직접 CO2를 빨아들이는 직접공기포집 (Direct Air Capture)을 해야 하는데, 아직 너무 비싸다 (빨아 들이는 설비도 비싸고, 포집한 CO2를 저장하는 것도 비싸다. CO2로 콘크리트를 만들거나 탄산수에 넣는 등 활용도 하기는 한다). 여하간 바이오방식이든 화학방식이든 많은 시도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재난의 규모에 비하면 수천억달러는 큰 돈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는 듯 하다.

공기중 탄소포집은 벤처투자 입장에서는 참 곤란한 사업이다. 문제의 규모는 큰데, 해결의 기간이 길고, 돈이 많이 투자되고, 그렇다고 누가 덥석 사주기도 힘든 그런 사업이다. 다만, 사업이 고도화되고 확대될수록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더욱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그날이 올때까지는 탈탄소기술에 집중. 운동해서 칼로리 빼는 것 보다, 먹는 것을 줄이는 게 일단 더 효과적.

벤처 회사의 가치?

미국에서도 벤처협회에서 벤처펀드 투자회사의 가치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라고는 하지만 별거 없다: 1) 펀딩이 최근에 있으면 펀딩 가격, 2) 최근에 없었으면 펀드의 GP (투자자)가 알아서 평가한다는 것이다. 펀드 회계감사때 외부감사인이 가치평가에 대한 실사도 한다. 하지만 위의 원칙을 지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 자기가 나서서 ‘흠 내가 볼때 이 회사의 가치는 얼마얼마다’라고 하지 않는다.

기업상장을 위한 절차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SEC에 상장청구를 하면 상장을 위한 절차적 적합성을 확인하지, SEC나 거래소가 회사의 사업적 내지는 기술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이 회사에 관심이 있으면 그만이다.

한국에서는 벤처회사의 가치를 외부자가 평가하게 되어 있다. 회사 투자를 실제 담당한 사람도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려운데, 영 모르는 사람이 와서 전지적 시점으로 판단을 해준다. 상장때도 거래소나 평가기관에서 사업이나 기술에 대해 평가를 한다.

이제는 전지적작가시점에서 벗어날때가 되었다.

Theranos: 테크와 바이오의 극명한 차이

실리콘밸리의 또 하나의 신화가 될뻔했던 Theranos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혐의로 징역을 살아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때 9조원 정도의 지분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것이다. 하지만 Theranos의 초기투자자였던 Tim Draper (같이 이사회를 한적이 있는데 도대체 특이한 양반이다)는 여전히 엘리자베스 홈즈는 희생당했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바이오업계에서는 Theranos가 잘나가던 시절부터 이미 엘리자베스 홈즈를 사기꾼이라고 했었다.

그럼 엘리자베스 홈즈는 ‘희생양’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결론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두 ‘진실’이다. VC업계에서 오랜기간 테크VC와 바이오VC는 원래 같이 놀던 사이가 아니었다. 운동으로 치자면, 모두 운동선수이지만, 한명은 농구를 하고 다른 한명은 야구를 하는 식이다. 둘이 같이 플레이 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산업이 이래저래 섞이기 시작하면서 둘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기 시작했고, Theranos는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실제로 Theranos는 바이오업계의 회사이지만, 투자자는 모두 테크VC로 구성되어 있다. 어차피 바이오VC는 이 회사를 처음부터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테크VC와 바이오VC는 현재 (present)를 보는 방식이 완전히 상반된다.
– 테크VC는 미래 (future)를 현재시제로 얘기한다. 테크는 미래를 이루는 기술이고, 현재는 그 미래를 위한 단계일뿐이다.
– 바이오VC는 과거 (past)를 현재시제로 얘기한다. 증명하려는 것은 과거에 가설로 준비한 논문이다. 현재는 그 과거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Theranos에 투자한 테크VC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말이 다 진실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반면 바이오VC에서는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꾼이다. 과학적으로 현재로서는 Theranos의 약속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크와 바이오가 중첩이 많아질수록 이런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다면 나는 미래를 현재시제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 못 먹어도 고!

비트코인 버블을 넘어서

최근 비트코인 버블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얼마전에 보게된 NY Times Magazine 기고가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 잘 정리한 듯 해서, 그 내용을 다시 의역해서 정리해 보았다. (원문보기) 그리고 간략한 개인적 후기 첨언.

————————————— 원문 의역 요약 ———————————————

인터넷을 구성하는 두층의 시스템이 있는데,

1) 첫번째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프로토콜로 컴퓨터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주관하는 층이다. 이 층을 InternetOne이라고 한다면, 여기에서는 이메일은 어떤식으로 보내고 (POP, SMTP, IMAP), 인터넷 정보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HTTP, TCP/IP)를 관여한다. 이 모든것은 오픈 프로토콜로, 일반인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인터넷이 연결되는지 이해할 필요도 없다.

2) 두번째 시스템은 이 첫번째 층 위에서 돌아가는 웹기반 서비스, 즉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이다. 이 시스템을 InternetTwo라고 하자. 아무도 이메일이나 GPS를 통제하지 않지만, 소셜미디어 데이터는 페이스북이 통제한다.

오픈되고 탈중심적인 InternetOne이 90년대 중반에 제시된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오픈 프로토콜이 나오지 않았고, 이 위에서 벌어지는 InternetTwo는 민간기업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InternetOne이 개발될때 가장 간과된 것이 아이덴티티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주민등록번호나 여권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공적 권위를 가진 매개가 존재하지만, 온라인세계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 온라인세계에서 이 중요한 빈 공간을 차지하게 된 것이 페이스북이고, 페이스북은 20억명 이상의 아이덴티티를 통제하고 있고, 이 회사는 마크 저커버그 개인이 통제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오픈 플랫폼의 시도는 있었지만, 결국 페이스북과 같은 폐쇄형 서비스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단일 플랫폼하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분산시스템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이다.

수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원래 개발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듯이, 비트코인 역시 최초 목적인 지불/결재 기능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보다 범용적인 구조로서 혁신을 보여주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1) 수 많은 컴퓨터에 분산 가능하고, 특정인이 통제할 수 없고, 안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줬고,

2)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즉, 누군가를 고용해서 개발할 필요가 없다.

비트코인이 증명한 것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이 사용될 수 있는 사례를 우버 (Uber)의 사례와 접목해서 생각해보면:

* 우버 서비스가 최초에 사람들을 모으고, 서비스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결국 우버 차량 수가 증가하고, 우버가 쉽게 잡히니까, 우버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지 않게 되고, 결국 우버 사용자가 더 늘고… 이런 순환이 가능한데, 결국 우버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두 소유하게 되고, 사용자는 우버에 종속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 만약 Transit이라는 블록체인을 만들었다고 치자. Transit은 개인의 이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프로토콜이라고 한다면… Transit에 기반하여서 다양한 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A->B로 이동하려고 하면, Transit이 택시, 버스, 우버, 지하철 등 모든 서비스로 부터 승차 제안을 받고, 사용자는 그중에 가장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 그리고 처음에 Transit을 쓰게 만드는 방법은 Transit 토큰으로 보상을 주는 것이다. 토큰 때문에 앱을 개발할 것이고, 초기 사용자와 개발자에게는 토큰이 많이 제공될 것이고, 투기세력으로 토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사용자와 개발자가 많아지고, 결국 Transit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1) 지적인 공동자산, 2) 토큰 투기세력, 3) 개인이 데이터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가 모인 공동 프로젝트이다.

블록체인이 극심한 투기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폐쇄형 인터넷 서비스에서, 다시 오픈 인터넷으로 돌아가는 길을 블록체인이 보여주고 있다.

————————————— 개인 의견 추가 ———————————————

원글에도 나와 있는데, 흐름상 뺀 내용중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서 거래되는 것을 ‘토큰’이라고 부르는 것이 ‘화폐’ 보다 정확할 것이다. 암호화폐 (Cryptocurrency)의 목적은 시스템에 대한 보상이지, 실제 화폐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ICO 버블은 오히려 닷컴 보다 심각할 수 있다. 닷컴때는 최소한 온라인으로 책이라도 샀는데, ICO는 참여자를 제외하고는 사용상의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즉, 토큰은 특정 시스템의 사회적 가치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비트코인은 아직 사회적 적용예를 찾지 못해서, 사회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이 수천조원의 금전적 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버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버블이 없어지는 것은 두 가지 방향일 것이다. 1) 비트코인이 특정 시스템에 적용되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서 현재의 금전적 가치를 만들거나, 2) 금전적 가치가 결국 사회적 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10여년간 청년 고용대책 모두 실패… 특단 대책 필요” 文대통령의 ‘질책’)

철지난 CES 2018 유람기

CES가 이미 2주나 지났지만 다시 한번 뒤늦은 관전평을 정리해 보았다. CES 관전의 총평은 “재미는 많고, 의미는 적다” 내지는 “볼거리는 많았고, 건질거리는 별로”이다.

1) Car Electronics Show: 지난 2015년 CES에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2018년은 ‘자율주행’과 함께 자동차가 CES의 중심이 되었다. 자율주행이 세상에 가져올 파급력은 냉장고와 대화하는 수준과는 비교가 될수 없다. 자율운행은 소프트웨어적인 업그레이드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기차보다 더 빨리 상용화 될수도 있을 것이다. 승차거부 없는 자율주행 서비스가 있다면, 자동차 소유와 사용의 분리가 가능할 수 있다. 향후 Uber가 일상의 교통서비스화 된다면 현재 $50B 기업가치도 싸다고 느낄 수 있겠다.

2) 스마트홈? 대화가 필요해: 2006년 CES가 스마트홈이었는데, 12년이 지난 2018년 CES도 스마트홈이다. 차이점이라면 당시는 리모컨으로 컨트롤을 했고, 지금은 대화형 AI로 컨트롤을 한다는 정도. 서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가전을 굳이 엮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지. 냉장고와 속 깊은 얘기를 하지 않을 바에는 버튼 하나 누르는 것이 오히려 AI를 깨우는 것보다 간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3) 로보틱스 – 갈길은 아직 멀었지만 갈길: 드론, 사람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로봇, 사람과 함께 하는 컴패니언로봇.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고, 동선도 아직 제한적이지만, 자율주행과 함께 삶의 모습을 바꿀 다른 한 축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도 그렇고 로보틱스도 그렇고 가장 먼저 대체할 것은 목적함수가 명확한 것일 듯하다. A->B로 사람을 이동시키거나 물건을 이동하는 행위. 하지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김으로써 정신세계를 소프트웨어가 점령했다면, 탁구고가 만리장성을 넘으면서 하드웨어가 현실세계를 접수할 것이다.

이외에도 VR도 재밌었고, 디지털헬스도 흥미로왔는데, 대부분 몇년전부터 이어지는 트랜드여서 새로움을 주는 것은 없었다. 다만, 몇년전부터 새롭게 시작된 기술들이 이제는 정말 상용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벤처입장에서는 로보틱스는 아직 영역이 풍부하고, 자율주행 자체는 자본력 싸움으로 어려운 곳이나 자율주행이 가져올 인간행위의 변화에 따른 기회는 잘 모르겠고, 스마트홈은 그냥 대기업이 계속 하도록 둬도 아쉽지는 않을 듯 싶다.

 

IPO 일단 나가자!

비상장회사 (한국식으로는 ‘벤처회사’ – 미국에서 벤처라고 하면 오히려 벤처케피털의 의미에 가깝게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startup 내지는 private…여하간)가 IPO를 고려할때 시장의 반응이 뜨뜨미지근하면 (내지는 차가우면) 고민스럽다. IPO 나가자니 기존투자자들의 수익율이 안 좋고 (종종 맨마지막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해보는 경우도), 안 나가자니 계속 비상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지난 몇년간은 워낙에 비상장회사에 투자하는 crossover 투자자가 많아서 굳이 IPO를 안 해도 자금을 조달하거나 일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아서, IPO를 뒤로 물리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로서는 1년 정도 후에는 수치가 더 좋아져서 더 좋은 조건에 IPO를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역할을 한다. 사법고시 내년에는 합격할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 IPO를 한 Stitch Fix나 Roku의 경우는 이 유혹을 물리치고 일단 IPO를 나가서 성공한 케이스다. 두 회사 모두 IPO 나가봐야 오히려 비상장시 보다 valuation이 떨어질 것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은 회사이다. 하지만 Stitch Fix는 $15에 IPO를 해서, 지금 $24까지 60% 올랐고, Roku는 $14에 IPO를 해서 지금 $43까지 3배 올랐다 (물론 대표적인 short research 기관인 Citron에서 Roku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지만). 또한 대표적인 IPO 지진아였던 Square는 $9에 IPO를 해서 최근 $40 수준이다. (bitcoin 플랫폼으로서의 기대감이 작용도 했지만)

뭐 이러나 저러나 일단 IPO를 갈수 있다면 가는 것이 좋다. 1) 회사가 잘되고 못되고는 어차피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마찬가지이다. 1년후에 좋은 조건으로 IPO 갈 생각이면, 지금 IPO 가고 1년후에 주가 오르면 그만. 2) 유동성이 주는 프리미엄이 있다. 회사가 동일하다면 유동성은 리스크를 낮추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오르게 되어 있다. 3) IPO 기회는 언제나 있지 않다. 펀딩은 돈 주는 사람이 있으면 받을때고, IPO는 갈수 있으면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