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회사가 설립되고, 펀딩을 받고,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내용을 극화해서 알기 쉽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램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만들어 보았다. 정보사항은 ‘검은색’ 폰트를 사용하였고, 케이스 스토리는 ‘붉은색‘ 폰트를 사용하였다.
앞으로 전개할 내용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모두 가상이지만, 사실감을 주기 위해 내용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커피숍이나 거리 등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와 이름을 사용하였다. 향후 나오는 회사, 전략, 펀딩, 이사회 토론 등 어떠한 내용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음을 다시 명확히 한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t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목차>
1. 서로 다른 투자자
2. 투자협상의 주요 조건
3. 경영진 vs. 투자자
4. 투자자의 고민
5. 투자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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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로 다른 투자자
A. 벤처캐피탈리스트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만(Bay)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으로, 주요 장소를 대략 운전으로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지역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사이에 있는 101번 고속도로의 차량수를 보면, 대략 이 동네 경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은 전세계 벤처투자의 50% 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중 40% 이상의 투자가 실리콘밸리라는 작은 지역에서 투자되고 있고, 벤처자금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의 절반 이상이 실리콘밸리에 소재하고 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라는 거리 이름이 금융가를 상징하듯이, 실리콘밸리의 작은 동네인 멘로파크 (Menlo Park)의 길 이름인 샌드힐로드 (Sand Hill Road)는 벤처캐피탈을 상징한다. 샌드힐로드를 따라 지나가면, 인적도 드문 조용한 동네에 비슷하게 생긴 3~4층의 낮은 건물들 줄을 지어서 있다. 이 건물들 안에서 새로운 혁신을 찾는 벤처캐피탈이 바쁘게 회사 프리젠테이션, 내부 미팅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분주하다는 것은 아침식사 약속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투자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하고, 새로운 투자건을 위해 회사와 미팅을 하고, 다른 벤처캐피탈리스트와 점심을 하면서, 자기가 보고 있는 딜이나 신규 투자건에 대해 얘기하고, 오후 5시 정도면 퇴근하는 분주함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탈은 거의 대부분 파트너십, 즉 동업의 형태이다. 각각의 파트너는 많은 경우 창업으로 성공한 경험이 많거나, 그 다음으로는 주요 기업의 임원이었던 사람들로 구성된다. 즉, 벤처캐피탈은 파트너로 시작해서 계속 파트너로 있는 것이지, 벤처캐피탈에 젊어서 입사해서 승진을 하다가 파트너가 되는 것은 벤처캐피탈 파트너십이라는 형태에서는 드문 케이스다.
벤처캐피탈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정점에 있고, 가장 선망 받는다. 특히나 유명한 VC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자존감은 어떨때는 황당하기까지하다.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방문때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인 John Doerr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정도이다. 변호사, 회계사, 투자은행 등은 벤처캐피탈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주기적인 저녁 모임, 각종 세미나 개최 등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8,000-10,000여개 회사에 3천억 달러 정도의 투자가 각 단계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은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서로 다른 펀딩 시장에 투자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초기의 씨드 (Seed), 초기 (Early-Stage), 성장단계 (Growth Capital), 후기 (Late-Stage) 등, 특정 단계를 선호하는 펀드들이 투자 시장을 주도하고, 각 단계의 투자자는 서로 다른 경제성 함수를 가지고 있다. 씨드투자자는 투자시 10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에 투자하고, 초기투자자는 10~20배, 성장단계투자자는 3~10배, 후기투자자는 안정적인 2~3배의 기회를 바라본다. 물론 현실은 냉정해서, 기대와 실재는 다르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핸 가상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알버트 리 (Albert Lee)를 만나보자! 알버트는 성장단계투자펀드 (Growth Capital)인 Palo Alto Partners의 파트너이다. 펀드 규모는 $650M이고, 주로 매출이 발생 시작 단계에 투자건당 $10~20M씩 투자하고 있다. 다른 벤처펀드 파트너와 유사하게, 알버트는 이전에 3번 창업을 한 경험이 있다. 첫번째는 신통치 못한 결과로 2년만에 접고, 두번째 회사를 창업후 닷컴버블 기간에 IPO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두었고, 세번째는 창업후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시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실리콘밸리의 화창한 11월에 알버트는 팔로알토의 지중해음식 식당인 에비아 (Evvia)에서 Lytton Ventures를 운용하는 잭 써치 (Jack Such)와 점심을 먹으러 만났다. 주변에서는 Y Combinator 출신 회사에 대한 얘기, 투자 밸류에이션 동향, 창업 아이디어 등 대부분 새로운 창업회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알버트는 최근의 투자 건에 대해 잭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잭이 투자한 인터넷 기업인 BeeOrBug이 펀딩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알버트가 이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던 회사인터라, 회사 CEO를 소개시켜 달라는 얘기를 했고, 잭은 아이폰을 꺼내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CEO인 마크 휴스 (Mark Hughes)와 알버트를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점심식사를 마칠무렵, BeeOrBug의 CEO에게서 소개시켜줘서 고맙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메일이 알버트와 잭에게 같이 오면서, 알버트에게 현재 펀딩중에 있고 다다음주 안에 편한시간 두어개를 제안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잭은 식사가 끝날 무렵, 가볍게 웃으면서 아마 밸류에이션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를 알버트에게 건네고 헤어졌다.
B. BeeOrBug 미팅
처음 회사를 만나는 장소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시간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두어명이 1차 미팅을 VC 회의실에서 한다. 그리고 효율지향적인 사람들일수록 첫미팅이 45분을 넘지를 않는다. 벤처회사의 CEO가 VC 사무실로 오는 경우, 리셉셔니스트가 회의실로 안내를 해주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존감이 충만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회의실에 나타나면서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네면서, 가볍게 자신의 자존감을 표출한다. 시간의 효율성 보다는 회사의 실제 모습을 처음부터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회사로 방문을 한다. 오고가는 시간의 낭비는 있지만, 회의실에 앉아서 CEO만 보는 것 보다는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으며,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나오지 않는 많은 정보를 체감으로 얻을 수 있다. 직원들의 움직임, 표정, 사무실의 공기까지 이 회사의 많은 것을 내포한다.
지지난주에 약속을 잡은 BeeOrBug CEO와의 미팅을 위해 샌드힐로드 사무실을 나와서 마운틴뷰 (Mountain View)에 있는 BeeOrBug 사무실로 향했다. 마운틴뷰는 Google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Google 이후에는 번잡해 지고 집값도 상승하고 있지만, 다운타운내 캐스트로 거리 (Castro Street)는 다채롭고 맛있는 식당과 커피숍이 많이 있다. 특히 레드락 (Red Rock)의 카푸치노는 우유가 약간 탄 듯 하지만 깊은 맛을 낸다. 알버트는 즐겨 마시는 카푸치노 보다는 정신을 깨려고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근처에 위치한 BeeOrBug 사무실로 향했다.
벤처기업 경영진이 VC 사무실로 올때와는 달리,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벤처 기업을 방문할때는 많은 경우 이미 사무실에 프리젠테이션을 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벤처회사쪽에서 CEO는 늘 미팅에 참석하고, 초기기업인 경우 공동창업자 (Co-Founder)가 CTO나 사업개발담당 등의 자격으로 같이 참석하고, 후기기업인 경우 CFO가 미팅에 같이 참석하기도 한다. VC가 벤처회사에 만나자고 했을때, 아주 잘 나가는 벤처회사의 경우는 미팅을 안하겠다고 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회사로 인생 끝내는 것도 아니고, 다음번 창업을 고려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VC 미팅은 일단 최선을 다 해서 해 준다. 돈을 받고 안 받고는 다음 문제.
BeeOrBug의 사무실은 다른 벤처회사와 유사하게 개별룸이나 파티션이 없이 모두 평상에서 같이 근무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CEO는 유대계 미국인 듯, 금발 곱슬 머리에 조금 왜소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데, 알버트를 만나서 악수를 나누며 회의실로 인도했다. 회의실에 앉으면서, 날씨 얘기, 소개시켜준 잭에게 좋은 얘기 많이 들었다 정도의 가벼운 얘기를 건넨다. 알버트 역시 VC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자기 소개와 자기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의 투자 스타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줬다. 마크는 와줘서 고맙다는 의례적인 얘기와 함께 자신의 맥북 (Macbook)을 키면서, 회사 소개 프리젠테이션을 프로젝터로 벽에 쏘았다.
C. 투자자의 관점
회사는 그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어떤 주장이 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이 주장 (혹은 가설)에 대한 자기의 평가를 하게 된다. 이 주장은 크게 네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해결하려는 ‘문제’이다. 현재의 상황이나 기술 때문에 아쉽거나 불편한 것이다. 어떨때는 불편한지도 모르고 살때도 있지만, 이게 아쉽고 불편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량이겠다. 다른 말로는 ‘시장’이 존재하냐라는 것이 될수 있다.
둘째는 이 아쉬움이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즉 ‘해결’이다. 이 해결책은 ‘제품/서비스’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이것이 해결이라는 것의 반증인 ‘고객’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셋째는 ‘큰 성공’이다. 큰 성공이라는 것은 문제의 크기라고 볼 수 있고,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시장의 ‘크기’이고, 여기서 자기가 가져올 수 있는 파이의 사이즈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계량화 가능한 지표, 최종적으로는 재무적 성과일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는 ‘시장에서의 제품/서비스’라는 것의 결과물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만드는 주체, ‘우리’이다. 이 우리는 바로 팀이다.
결국, 시장, 제품/서비스/고객, 지표, 팀 등이 회사의 프리젠테이션에 들어가는 주요 내용이다. 투자자 마다 각각의 요소에 대한 배점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이를 테면, 세코이아 캐피탈 (Sequoia Capital)의 창업자인 돈 발렌타인 (Don Valentine)의 경우는 “큰 시장을 타겟하라 (Target Big Market)”고 시장의 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많은 다른 투자자들은 무엇보다도 팀의 역량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말로는 팀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얘기한다. 물론 속 마음은 다를 수 있겠지만. 대충 잘 모르겠으면 동일한 비중으로 이 네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초기기업일수록 팀/시장이 중요하고, 후기기업일 수록 제품/서비스/고객/지표 등이 중요하다. 어차피 초기에는 팀과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시장 밖에 없고, 후기는 시장의 존재와 팀의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상태이고, 실제 제품과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그리고 모든 운영의 결과물인 재무적인 실현이 중요한 부분이다.
BeeOrBug과 알버트와의 미팅에서얘기하려고 하는 주요 스토리는 대략 첫째,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사람들은 자기가 보유한 주식의 방향성을 알고 싶은데, 마땅한 솔루션이 없다. 둘째 집단 지성을 이용한 간단하고 게임적인 요소를 포함한 서비스로 이 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나중에는 AI모델도 도입할 것이다. 셋째 지금의 사용자 증가와 사용자 활용 (engagement)을 보면 이 시장의 가능성과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검증해주고 있다. 당분간은 사용자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만, 향후 subscription model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가하면 돈 무지 벌 것이다. 넷째 우리 팀은 이미도 원래 훌륭한 사람들인데 지금까지 BeeOrBug를 성장시킨 것을 보면 정말 훌륭하다. 물론 알버트는 속으로, 초기지표가 지속되지 못하는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다고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면? 정말 된다면?
시장: 투자자 마다 또는 펀드의 성향에 따라 시장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큰 시장이 있는 시장인가 아니면 없는데 만들어 내는 시장인가. 어떤 투자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원하는 반면, 어떤 투자자는 이미 큰 시장이라고 검증된 곳에 새로운 제품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물론 둘 사이의 차이가 흑과 백 같이 명확하지는 않다. Apple, Tesla, Amazon은 아마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Google, Facebook 등은 남이 보여준 시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반 서비스 부문은 새로운 시장의 스토리가 잘 통하지만, 제조업쪽은 쉽지 않다. 제조업 부문의 회사는 기존 대형 제조업체와 사업 개발을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대형 제조업체는 시장의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가치가 기존 제품의 가치보다 2~3배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기존 기술 방식 또는 거래처를 두고 다른 곳을 사용할 위험부담을 지지 않을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제조업체내의 담당자가 무슨 자기 회사인냥 리스크를 질 이유가 없다. 어차피 몇 년후에 다른 부서로 옮길 것이고, 그 사이에 괜한 큰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좋다.
알버트는 BeeOrBug가 일반투자자의 집단지성을 모아서 주가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보고 있다. 일반인들의 주가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단순하다. 주가가 다음날 오르냐 내리냐. 주가 예측이라는 큰 시장은 존재하고, 집단지성기반 예측 모델은 Yahoo! Finance, MarketWatch와 같은 대형 주식사이트에서도 있기는 한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능으로 들어가 있다. 이것을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사업화를 하려는 회사다. 큰 시장인가? 주가 예측은 언제나 큰 시장이다. 새로운 시장인가?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다. 지금 있는 서비스 중에 쓸만한 것이 없을 뿐이다.
제품: 회사가 공략하려는 시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따라, 제품 또는 서비스를 두 가지 분류로 볼 수도 있다. 하나는 비타민 (Vitamin),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통제 (Pain Killer)이다. 비타민은 먹으면 좋고, 굳이 따로 안 먹어도 괜찮다. 제품/서비스 역시 지금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조금 나은 사양 (Feature)를 보여주면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진통제는 시장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다.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기능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진통제가 비타민 보다 나은가하면 이 역시 투자자의 기호 차이이다. Instagram이 사용자가 일상에서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겠지만 (물론 이제는 자신의 삶을 일상에 공유를 못하게 된다면 큰 고민거리가 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Uber는 원하는 시간에 택시를 잡고 싶다는 큰 고민을 해결하는 통로를 제공해 주었다.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소스는 많이 있다. 회사별 리서치 보고서, 산업 동향, 기업 공시 등등. 하지만 BeeOrBug가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일반 투자자들이 제일 관심있는 것은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일 것이다. 집단 지성을 모아서 예측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투자자들이 섭취하는 많은 정보와 함께 먹는 비타민적인 성격이 클 것이다. 알버트가 생각하기에는 종합비타민이기 보다는 한방향, 즉 비타민C에만 초점을 맞추는 서비스라고 보았다. 어차피 대략 건강한 사람에게 비타민은 비타민 C로도 충분하다. 괜히 다른 비타민 먹어봐야 탈난다.
고객: 고객이 있다는 것은 좋은 포인트이다. 고객이 있다는 것은 시장이 있고 제품이 통한다는 것의 어느 정도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가 심사할 때도 고객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장점 또한 있다. 다만 문제는 고객이 진정한 고객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 인터넷 기업은 대부분 사이트 방문자 증가와 이를 통한 광고 매출을 하는 모델이고, Facebook과 같은 대표적인 업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이트 방문자를 늘리는 방법은 좋은 컨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올 수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검색엔진마케팅 (SEM; Search Engine Marketing)’이라는 방법을 쓰는데, 정말 놀랍게도 돈을 낸 만큼 효과가 있다. 문제는 사이트 방문자를 끌어 들이는 데에 돈이 들지만, 돈 주고 데려온 방문자로부터 그만큼 돈을 못 번다는 것이다. 이런 고객은 일단 투자자의 눈에는 공짜 미끼 상품 때문에 붐비는 가게이다. 고객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반복 구매 또는 사이트를 반복해서 방문하냐는 지표와 방문을 중단한 고객의 비율 (Churn Rate)이다.
알버트는 현재 사용자의 증가율 중에서도 단순한 총사용자가 아니라 새로운 사용자와 반복 사용자에 대해 물어봤다. BeeOrBug의 CEO인 마크는 새로운 사용자도 매월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한번 사용자로 유입되는 순간 월간 이탈율이 4%도 안될 정도로, 사용자의 지속적 활용이 높다고 강조하였다. 사용자의 증가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여서, 어차피 모수가 작으니 20% 신규가입자 증가는 좋은 수치이지만 아직은 그닥 놀랄 수준은 아니고, 다만 재사용율이 매우 높다는 점은 서비스의 효용가치를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현재 마케팅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없이, 지금까지는 입소문에 의한 신규 사용자 유입임을 강조하였는데, 금번 펀딩 이후 자금이 확보되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팀: 팀을 보는 눈은 너무나 정성적이다. 창업 경험, 특히 성공 경험, 학벌, 외무에서 풍기는 일종의 포스 등등 다양하다. 일단 좋은 성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면, 당연히 플러스이다. 그리고 초기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회사의 업력이 좀 생기면 현재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가 확인이 되므로, 이전 경력이 주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어쨌든, 많은 경우는 만났을 때의 느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리젠테이션을 통해서 얼마나 역량이 있는지, 안목을 가지고 있는지는 대부분 느껴진다. 특히 CEO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회사의 가치가 CEO의 역량을 넘어서기 어렵다. 여하간, 초기기업일수록 실제로 사업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의 가치가 높다. 초기기업의 가장 쉬운 가치평가는 ‘엔지니어수 * 백만불’이다. 물론 곱하기 ‘백만불’은 시절에 따라서 바뀐다. 지난 몇년같이 AI/빅데이터 등이 핫한 시기에는 5백만불이 되기도하고, 시절이 냉각되면 1백만불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5명 엔지니어가 있는 회사라면, 회사 가치는 대략 15~25백만불 (5*3백만불~5*5백만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관리 인력은? 회사 운영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가 되기전까지 관리자는 단순비용이다.
BeeOrBug는 스탠포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마크와 버클리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아비브가 같이 창업을 하였다. 원래는 고등학교 친구였는데, 둘다 근처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는데, 서로 같은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있었다. 주식투자.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에서 많이 활용하듯이 프로그래밍을 통한 주가예측모델을 만들면서 놀다가, 어느날 아비브의 친구가 자기는 다 관심없고 단지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만 궁금하다라는 얘기를 듣고, BeeOrBug의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아비브는 친구인 마크와 수많은 사람의 집단 지성을 이용하여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예측하는 사이트를 만들어보기로 하였고, 친구들 사이의 폭발적인 인기로 아예 회사를 설립하였다. 알버트가 보기에는 마크, 아비브 모두 어린 친구들로 회사를 운영한 경험은 없지만, 이사회에 있는 잭과 제이콥 등이 회사의 운영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전수해주고 있으니, 현재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다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창업자/경영진의 경험부족이 큰 문제가 될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무: 재무를 보는 방식 역시 투자자의 기호이다. 후기단계 투자자일 수록 재무의 표현은 아주 상세하기를 원할 것이다. 반면, 초기 투자자는 재무에 아예 관심이 없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3년 정도의 매출/손익 계획은 일반적으로 프리젠테이션에 들어간다. 재무라는 것은 수치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수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표현이다. 결국, 시장 규모, 점유율 전략, 가격 전략, 비용 구조, 투자 전략 등이 모두 집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치가 나온 다음에 다시 한번 뒤돌아 보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다. 만약 3년후의 기대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면 ‘여길 왜 투자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너무 크다면 속으로 실소를 할 것이다. 너무 작다 크다 역시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이 중간점을 타는 것이 경영진의 능력일 것이다.
BeeOrBug는 본격적인 수익모델은 아직 실행하지 않은 단계로 매출은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BeeOrBug는 수익모델로 프리미엄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데, 일반 사용자는 1일 1회 주가의 방향에 대해 투표할 수 있다면, 월 $5.99를 내는 프리미엄 사용자는 1일 5회까지 주가의 방향을 수정하여 투표할 수 있다. 그만큼 주가방향성을 맞출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는 파트너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에 대한 엑세스 권한 등을 제공하는 계획도 고민중이다. 마크는 알버트에게 내후년 4사분기 정도면 분기 매출 $15M에 분기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였다.
D. 사업 전략
BeeOrBug은 2011년말 마크 휴스와 아비브 샤이 (Aviv Shai)같이 같이 창업한 회사로 주식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낮은 이자율 환경에서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도 매우 활발해졌고, 대표적으로 Robinhood와 같은 모바일 브로커리지는 큰 규모의 Series C를 받으면서 이런 분위기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었다. BeeOrBug의 사업모델은 주식의 방향성에 대해 여러 사용자가 투표를 할 수 있고, 투표 결과에 따라 맞는 사람에게는 벌꿀 아이템을 토큰으로 주는 것이다. 즉, 다수의 지식을 모아서 주식의 방향성을 예측하면서, 향후 이 경제를 기반으로 주식예측 자체를 크립토화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회원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익은 발생하지 않고 있고, 회사도 회원수 증가 및 사이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러 이벤트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차피 온라인 사업의 결과는 사람이다.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벌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떻게 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BeeOrBug의 CEO인 마크는 시장의 성장추세와 BeeOrBug의 서비스 형태 등등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월 방문자는 이미 천만을 넘어서고 있고, 투자자들이 계속 만나자는 얘기를 한다고 사이사이 언급함으로써 미팅의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하였다. 사용자의 급증에 따라, 오히려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이 급증하였지만, 회사는 크게 개의치 않는 상황이다. 어차피 손실을 추가 펀딩으로 메꾸면 되고, 회사는 오히려 새로운 크립토 시대, 주식정보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모로 급속히 성장시키는데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투자자 역시 온라인 업계의 생리상 경영진의 전략에 동의하고 있었다.
E. 투자 가치
미팅의 막판에 회사의 펀딩에 대해 얘기가 나눴다. BeeOrBug는 Series B 펀딩을 계획하고 있었다. 알버트가 마크에게 물어보니 지난 2013년 중순에 있었던 Series A에서는 $12M을 포스트머니 밸류 (투자후기업가치, Post-Money Valuation) $80M에 펀딩 받았고, 이전에 2012년 중순에 Seed를 $25M 포스트머니 밸류에 $3M 펀딩을 받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마크는 2014년말 현재 회사의 상황이 상전벽해를 했다는 얘기를 당연히 놓치지 않고 얘기하고, 샌드힐의 유명 VC 몇 군데가 리드 (Lead)를 하기 위해 심사 (Due Diligence)를 심도있게 진행중이라고 했다. 금번 Series B에서는 최소 3천만불은 조달할 계획이고, 기존투자자들이 자기 지분율 (Pro Rata)만큼은 하려고 하려고 하기 때문에, 신규로는 리드투자자 (Lead Investor)와 다른 신규 VC 한곳 정도 참여할 룸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사회의 생각이다라고 알버트에게 얘기해 주었다. 알버트는 두가지 점은 분명히 느꼈다. 하나, 밸류에이션 (Valuation)이 낮지는 않겠다. 둘, 빨리 진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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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자 협상의 주요 조건
A. 라운드 (Round)
미국에서 VC투자 방식은 라운드 (Round) 투자이다. ‘라운드’라는 것은 회사가 특정 시점의 투자자 전체와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하는 한 단위이다. 이것을 순서로 해서 Series라고 부르는데, Series A는 회사가 처음으로 VC 우선주 투자를 받은 것이고, 그 다음은 당연히 Series B, 다음은 Series C, 이렇게 계속 진행된다. 그래서 주권 (Stock Certificate)에는 ‘Series A Preferred Stock’ 이런식으로 표기된다. 한 라운드의 펀딩이 될때, 회사는 일반적으로 투자자 대부분과 개별적으로 미팅도 하고, 심사도 하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투자 조건에 대해서는 오로지 리드 투자자 (Lead Investor)하고만 한다. 따라서 투자경쟁이라는 것인 대략적인 투자조건 (Term Sheet)을 제출할 수 있는 리드투자자들간의 경쟁이다. 리드를 못하는 투자자의 경우는 좋은 투자 라운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리드와도 친해야 하고 회사와도 친해야 한다. VC라고 다 인생이 편한 것은 아니다.
리드 투자자가 회사와 주요 투자조건을 협의해서 확정하면, 리드가 아닌 참여투자자 (Syndicate Investor, Follow-on Investor)는 리드투자자가 확정지은 투자조건으로 참여를 최종 결정한다. 따라서 아무리 회사가 마음에 들어도 리드가 확정지은 투자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참여 안할수도 있다.
여하간 한 ‘라운드’내 모든 투자자는 모두 동일한 투자계약하에 투자를 한다. 계약서도 하나이고, 투자자들은 모두 한 계약서의 서명페이지 (signature page)에 같이 서명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한 ‘라운드’에 속한 동일한 투자자 그룹을 한 ‘클래스 (Class)’라고 한다. ‘클래스’는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동일 계약하에서 모든 투자자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한국의 투자 관행과는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 한 ‘라운드’라는 개념은 단순히 동일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다는 것이고, 이외 투자계약 및 서명은 개별 투자자와 회사간의 개별계약의 형태이다. 한국식 투자 관행의 잠재적인 문제점은 서로 상이할 수 있는 투자조건에 따라, 개별투자자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가격에는 투자했지만, 같은 클래스는 아닌 것이다. 즉, 서로 따로 놀아도 된다.
BeeOrBug는 이번에 Series B를 펀딩중인데, 따라서 이는 세번째 ‘라운드’ 펀딩이다. Series Seed에는 Lytton Ventures 단독으로 $3M을 투자하였고, Series A 라운드 때에는 신규 투자자인 Hamilton Ventures가 $10M 투자로 리드하였고, 기존투자자인 Lytton Ventures는 $2M을 참여하였다.
알버트가 듣기로는 기존투자자인 Lytton Ventures와 Hamilton Ventures는 금번 Series B 라운드에 자기지분율 만큼 투자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금액적으로는 약 $8M 정도로 생각한다고 하였다. 일단 $30M 라운드에 알버트가 $20M 정도투자하고, 기존투자자가 $8M 정도이면, 기타 친한 VC 한곳 정도 더 초대해서 쉽게 펀딩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기존투자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부분의 경우 신규펀딩에 일정부분 참여한다.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는 기존투자자가 펀딩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규투자자에게 부정적인 메세지를 주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너무 좋아서, 신규투자자가 전체라운드를 혼자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간 많은 경우 기존투자자는 자기지분율 (Pro Rata) 투자를 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지분율의 희석을 방지한다. 그리고 자기지분율 (Pro Rata) 투자는 사실상 기존투자자의 계약상 권리사항이기도 하다.
B. 우선주 (Preferred Stock)
VC투자시 투자형태는 거의 대부분 우선주 (Preferred Stock) 투자이다. 우선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우선회수권리 (Liquidation Preference)과 우선주보호조항 (Protective Provision)이다. 우선주의 권리에 대한 내용은 일반적으로 보통주를 보유하는 창업자와의 이해상충이 가장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회수권리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선회수금액은 원금이다. 이를 간략하게 1x Liquidation Preference라고 한다. 만약 원금의 2배라고 하면 2x Liquidation Preference이다.
우선회수권리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각, 자산의 과반 이상의 양도 및 청산 등의 경우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은 매각, 즉 M&A시에 발생한다. 그리고 Liquidation Preference는 개별 VC 투자원금의 합이지만, 사실상 클래스별 Liquidation Preference 이다. 헤깔리는가? 개별과 클래스의 차이는, 만약 투자자 투자원금의 합이 100이고, 매각대금이 120인 경우는, 우선회수로 100을 모두 회수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만약 매각대금이 60인 경우면 곤란해진다. 개별투자 단위의 우선회수권리라면 모두 자기 원금 달라고 아우성일 것이나, 클래스 단위는 클래스내 투자금액 비중별로 나눠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와 투자자 B가 각각 60억, 40억을 투자해서 투자원금의 합이 100억이 되었다고 할때, 만약 회수금액이 60억원이면, 60억원을 6:4로 나눠가지게 된다. 즉, 투자자 A는 36억, 투자자 B는 24억을 회수한다. 이를 영어로 ratably (또는 pro rata) 회수하였다고 표현한다.
우선주보호조항은 회사의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에 있어서 우선주만 별도로 의결하는 사항을 기술한 것이다. 그리고 우선주보호조항에 기술된 사항 이외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보통주와 동일하게 1주에 1표결을 부여한다. 우선주보호조항의 취지는 우선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데, 주로 자산의 매각, 이전 펀딩보다 높은 우선권 또는 낮은 가격으로 추가 펀딩, 특정 금액 이상의 차입금, 이사회 변경 등등 나열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6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우선주 투자자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고 싶어도 우선주 투자자가 반대하면 매각을 진행할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는 보통주와 우선주의 대부분을 보유한 이사회에서 협의를 거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창업자가 투자자 모르게 진행하다가 우선주보호조항으로 무산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즉, 우선주보호조항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C.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
우선주 방식의 또 다른 특징은, 우선주별 차이점이다. 보통주는 하나이지만, 우선주는 클래스별로 다르다. 즉, Series A 우선주, Series B 우선주, Series C 우선주 등등이 서로 다른 클래스로 존재하고, 서로 다른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Liquidation Preference는 개별 우선주 클래스별로 정의가 되고, 많은 경우 역순차적 (Seniority)으로 적용이 된다.
BeeOrBug는 Series Seed에서 $3M, Series A에서 $12M, 이번에 성공적으로 $30M을 조달하는 경우, 회사는 총 $45M 펀딩을 하게 된다. 만약 $60M에 매각되면, 순차적으로 Series B투자자가 $30M을 회수하고, 이어서 Series A 투자자가 $12M 회수, 마지막으로 Series Seed 투자자가 $3M 회수. 모두 우선회수권리에 따라 원금을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남은 $15M은 보통주 주주가 지분율대로 가져간다. 만약 $43M에 매각되면, Series B 투자자는 $30M 회수, Series A 투자자는 $12M 회수, 아쉽지만 Series Seed 투자자는 $1M 만 회수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어진다.
Liquidation Preference는 위와 같이 역순차적인 방식 (Seniority)과 모든 클래스를 동일한 순차로 보는 파리파수 (Pari-Passu) 방식이 있다. 파리파수는 라틴어로 동일한 스탭 (Equal Step)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초기투자자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파리파수 방식이 종종 적용되고, 후기투자자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순차적인 방식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누구도 손해보기를 싫어할테니 말이다.
회사의 지난 펀딩라운드인 Series A에서 우선회수권에 대한 조항은 파리파수 방식으로 되어 있다. 알버트는 굳이 이를 역순차적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Series Seed와 Series A 펀딩규모가 $13M 정도밖에 안되고, 기존투자자들이 모두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 때문에, 실효적인 측면이나 Term Sheet의 투자경쟁력 측면에서 우선회수권은 파리파수로 남겨 놓기로 하였다.
물론 위와 같이 Liquidation Preference가 발생하는 경우는 어정쩡하게 회사가 매각될 경우이다. 만약 특정 금액 이상으로 (일반적으로 큰 금액) 매각되는 경우, 모든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후 지분율 만큼 회수하게 된다. 따라서 계약서는 보통 ‘1) 우선회수권 금액 또는 2) 보통주 전환시 지분율로 가져올 수 있는 금액’ 중 큰 금액으로 회수한다라고 되어 있다.
D. 밸류에이션 (Valuation)
투자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두 가지로 나뉜다. 포스트머니 밸류 (Post-Money Value)와 프리머니 밸류 (Pre-Money Value). 말 그대로, 포스트머니 밸류는 돈 받은 다음의 가치, 프리머니 밸류는 돈 받기 전 가치이다.
BeeOrBug는 Series A에서 $12M을 받았는데, 포스트머니 밸류가 $80M 이었다고 한다. 즉, $12M을 받기전에 프리머니 밸류는 $68M ($80M – $12M)이다. 스탁옵션 때문에 실제 계산은 약간 틀리기는 하지만, 가장 단순하게는 그렇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다. 회사가 $68M 짜리인데, 이 회사에 현금 $12M이 추가되면, 당연히 회사는 $80M 가치가 되니까 말이다.
상장회사와는 달리, 벤처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투자에 대한 욕구가 가격에 바로 반영이 된다. 적어도 상장회사의 경우는 비합리성을 견제할 많은 유동성이 존재하는데, VC 투자는 그렇지 않다. 투자 경쟁 상황과 회사의 직전 투자 라운드 밸류에이션에 얼마 정도 프리미엄을 줄 것인가로 대략의 윤곽은 나온다. 물론 최초 투자자의 경우는 직전 투자 밸류에이션이 없으니, 기준점이 없지만,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밸류에이션을 하거나, 아니면 귀찮으면 그냥 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와 같은 전환조건이 있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BeeOrBug 미팅후에 알버트는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머리 속에 이리저리 생각을 굴렸다. 직전 라운드가 포스트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을 그냥 짧게 종종 “포스트”라고 부른다)가 $80M이고, 이번에 $30M을 펀딩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번 라운드는 포스트가 최소 $150M은 넘어야 말이나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30M 규모로나 투자하면서 기존투자자 지분이 많이 떨어지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요즘 사방에 유니콘이 뛰어다니는상황을 생각해보면 포스트가 $180M 정도는 되야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다른 리드 투자자들도 검토를 하고 있겠지만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 비싸다.
E. 이사회 (Board of Directors)
BeeOrBug의 이사회는 현재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사의 CEO인 마크 휴스와 공동창업자인 아비브 샤이, Series Seed 투자를 Lead 했던 Lytton Ventures의 잭 써치, Series A 투자를 Lead 했던 Hamilton Ventures의 제이콥 로젠스챠인 (Jacob Rosenschein) , 마지막으로 비투자자 이사회 멤버로 유명 인터넷 금융자산관리 회사인 Fidmon의 창업자인 캐머런 피스크 (Cameron Fisk) 등이다.
이사회는 회사 경영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이고, 사업 방향의 결정, 주요 임원의 선임 및 해임, 펀딩 방안, 주요 투자 등 경영상 주요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루어진다.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홀수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반 의사결정이 나야하기 때문이다. 초기 및 중기 단계 펀딩에서 Lead 투자자는 대부분 이사회 멤버 자리를 요청한다.
알버트는 이번 라운드의 Term Sheet에 자기를 이사회 멤버로 포함시키고, 다른 비투자자 이사회 멤버를 추가시켜서 7인 이사회로 갈지, 아니면 회사 경영진 이사회 멤버중 한명인 아비브 샤이를 이사회에서 빼고 자신이 들어가서 5인 이사회로 갈지 고민이다. 7인 이사회가 되면 이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여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만약 아비브를 이사회에서 빼는 방향으로 하면, 경영진내의 이사회 권한이 축소되는 문제로 Term Sheet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뺄수 있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비투자자 이사회 멤버인 캐머런 피스크를 빼는 방향으로 개인적인 입장을 정리하였다.
F. 스톡옵션 (Stock Option)
스톡옵션은 대기업에 비해 벤처회사가 인력 채용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도구이다. CEO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스톡옵션을 부여하는데, 일반적으로 직급에 따라서 대략 회사지분의 0.01%~1% 사이에서 개별적으로 부여한다. 스톡옵션은 거의 대부분 4년에 걸쳐서 행사할 수 있는데, 첫 12개월 직후 행사가능한 스톡옵션의 1/4을 행사할 수 있고, 이후는 매월 전체의 1/48씩 (같은 얘기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나머지를 매월 1/36씩) 행사할 수 있다. 스톡옵션의 부여는 우선 스톡옵션풀 (Stock Option Pool)의 규모를 사전에 의결후 정해놓고, 이후 정해진 풀 내에서 이사회의 승인하에 조금씩 부여가 된다.
BeeOrBug는 현재 대략 회사전체 지분의 8% 정도가 스톡옵션풀로 지정되어 있다. 초기 주요 인력 채용때 많이 사용되었는데, 보니까 처음부터 스톡옵션풀의 규모를 충분히 설정하지 못한면도 있어 보였다. 알버트는 이번 라운드 이전에 스톡옵션풀을 15%로 늘려 놓는 조건으로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금번 라운드 이후에는 인력 채용도 보다 적극적일텐데, 향후에 다시 스톡옵션풀을 늘리는 것은 지분율 희석때문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표면적 투자 밸류에이션을 높이면서 실질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BeeOrBug도 알고, 기존투자자도 아는 사항이지만, 어쨌든 Term Sheet에 밸류에이션 금액을 약간 높여쓸 수 있으니 나쁠 거는 없다.
스톡옵션풀을 투자전에 늘리는 것과 투자후에 늘리는 것은 차이가 있다. 투자전에 늘리면 기존투자자만 늘어난 스톡옵션풀로 지분율 희석을 당하는 것이고, 투자후에 늘리면 신규투자자를 포함해서 모든 투자자가 지분율 희석을 당하는 것이니, 신규투자자는 당연히 투자전에 스톡옵션풀을 늘리기를 선호한다. 또한 실제로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G. 내부 투자 협의
알버트가 BeeOrBug 팀을 처음 만난지 한달간 3차례 Palo Alto Partners의 다른 파트너들과 미팅을 더 하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협의를 하였다. 내부적으로 투자에 대한 몇가지 반대의견들이 있었다. 첫째로는 BeeOrBug가 Palo Alto Partners의 일반적인 투자대상에 속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Palo Alto Partners는 일반적으로 Growth Capital 투자자로 회사의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하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거나, 12개월내로 도달이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경우가 주요 투자 대상인데, BeeOrBug는 이 경우에서는 예외적이다. 그래도 Palo Alto Partners에서는 최근 조금더 초기기업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기는 하다. 둘째로는 회사의 실적대비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포스트머니 $180M 기업가치이면 최소 $1B에 상장 또는 회수될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최근에 IPO 시장도 매우 활발하고, 대부분 높은 멀티풀로 상장을 하기도 하고, 벤처투자시장내 투자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밸류에이션 상승은 피할 수 없음을 설득하였다. 일단은 아래와 같이 Term Sheet을 제출하기로 하였다.
– 투자형태: Series C 우선주
– 밸류에이션: $180M 포스트머니
– 투자금액: $30M (Palo Alto Partners $20M, 기존투자자 $8M, 기타투자자 $2M)
– 우선회수권: 파리파수 (Pari-Passu)
– 희석방지조항 (anti-dilution provision): Broad-based weighted average (전체지분율 기준 우선주 전환가격 조정)
– 이사회: 알버트 리 참여 및 5인 이사회
– 스톡옵션: 투자전 15%로 상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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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영진 vs. 투자자
A. 투자이후
Il Fornaio 식당은 팔로알토 다운타운에서 상당히 오래된 이탈리아 식당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즈니스 식사를 위한 장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요즘은 좀 맛도 예전만 못하고 다른 식당들이 더 핫하지만, 그래도 아침식사할만한 곳으로는 여전히 나쁘지 않다. 한때 식당 및 음식업에 VC 들이 많이 투자하던 1990년대 초반 Sequoia Capital이 Il Fornaio에 투자하였었고, 이 식당체인은 1997년에 Nasdaq에 IPO를 가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Benchmark Capital은 건강음료체인인 Jamba Juice를 투자하기도 했다.
2020년 1월 중순 약간은 서늘한 아침에 Palo Alto Partners의 알버트는 BeeOrBug의 마크와 아비브와 함께 Il Fornaio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회사를 처음으로 만난 작년 11월부터 그래도 빠른 속도로 투자가 진행이 되어서 2개월만에 Series B 라운드가 완료되었다. Term Sheet의 여러 조항들에 대해 밀고 당기는 과정도 있었지만, 다른 곳보다는 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했던 것이 BeeOrBug의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했다. 식사 전날 최종적으로 투자계약서를 서명하고, 투자금을 납입하면서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전날까지는 협상 테이블을 마주보고 있었다면, 이제는 한배를 같이 탔다고 볼수 있다. 물론 앞일은 알수는 없지만. 알버트는 회사의 창업자들과 같이 점심을 하면서, 한가하게 날씨와 최근 뉴스 등에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어차피 이제는 자주 볼 얼굴들이니 굳이 투자완료 다음날부터 회사일을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BeeOrBug의 총무와 비서일을 맡고 있는 캐서린 (Catherine)이 향후 12개월간의 이사회 일정을 이메일로 모든 이사회 멤버와 회사측 변호사, 이사회 멤버의 비서 등에게 보내줬다. 이사회는 분기 1회 정도인데, 일정이 겹치면 비서들끼리 알아서 조정할 것이다. 알버트는 후식 메뉴를 받아들고 후식으로 뭘 먹을지를 생각하였다. 아무래도 혈당이 걱정이니, 그냥 커피다.
B. 이사회 전경 (Board Meeting)
투자후 첫 이사회날이다. 알버트는 이미 몇일전에 이사회 자료를 받아서 미리 검토해 보았다. 투자이후 처음으로 회사 현황을 이사회 자료 형태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후 지난 두어달 동안의 경과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 보면서, 원래 투자할때 생각했던 것과 진행현황을 비교해 보았다. 회사의 트래픽은 예상대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는데, 전체 트래픽 보다는 트래픽의 퀄러티에 대해 보다 신경이 쓰였다. 트래픽 자체는 신규 트래픽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기존 방문자의 재방문 비율이 이전 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이사회때에는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의해볼 생각이다.
이사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니, 한 5분쯤 일찍 마운틴뷰 회사 근처에 도착해서 주차할 곳을 찾았다. 회사가 위치한 Castro Street 근처는 대부분 2시간 주차구역이어서 망설여졌다. 이사회가 보통 2시간 정도는 하는데, 조금 늦어지면 주차위반벌금을 낸다는 생각으로, 회사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자주 들르는 Red Rock Cafe에 들어가서 카푸치노를 한잔 to-go해서 회사로 향했다.
10시에서 한 5분 늦게 회사에 들어가니, 회사 CEO인 마크와 공동창업자인 아비브가 이미 회의실에서 자리잡고 앉아 있었고, 처음으로 회사를 소개시켜줬던 잭 써치가 알버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옆에는 회사변호사 (company counsel) 자격으로 법률자문사인 윌슨손씨니 (WSGR)의 존 황 (John Hwang)이 자리 잡고 앉아 있었는데, term sheets 및 투자계약서 협상때 알버트의 투자자측 변호사와 이메일을 많이 주고 받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한 것은 처음이다. 존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업계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고, 다른 유명 벤처기업의 회사변호사로 많이 활동을 하고 있다. 벤처회사 이사회가 그렇듯이, 존도 회사변호사 자격으로 이사회 협의사항과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이사회 회의록 (board minutes)을 작성하여, 이사회때마다 직전 이사회때의 회의록을 열람시키고 이사회 멤버의 서명을 받는다.
아직 제이콥이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이사회 멤버중 벌써 4명이나 와있기 때문에 필요인원 (quorum)이 갖춰져서 이사회를 시작하려는 찰라, 제이콥이 문을 열면서, 전혀 지각한 것이 미안하지도 않은 얼굴로 웃으면서, 늦은 댓가로 $100을 벌금으로 내겠다고 하면서, 책상에 $100짜리 지폐를 던졌다. 나중에 회사 직원들이 이 돈으로 간식이라도 사 먹을 수 있겠다. 알버트는 제이콥을 투자심사할때 한번 만난적이 있어서 반갑게 인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사회가 시작됐다.
C. 경영진의 책임, 이사회의 책임
알버트가 투자한 후 벌써 다섯번째 이사회이다. 마크는 회사의 2021년 3분기 실적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향후 사업 방향 및 전략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이사회에 둘러 앉은 투자자인 잭, 제이콥, 알버트는 그다지 얼굴이 밝지 못하다. Series B를 $30M 펀딩한 이후, 생각보다는 더딘 속도로 회사의 트래픽이 증가하였고, 월정액 방식의 가입자 수익모델도 생각만큼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BeeOrBug의 트래픽 규모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고, 주요 파이낸셜 사이트인 Fidmon.co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적인 가입자 확보 채널을 구축한 것이었다. 다만, $30M 펀딩 금액이 거의 소진되어 가서, 내년도 2사분기 초에 zero cash day (현금이 0이 되는 시점)가 예상됨에 따라, 조만간 Series C 추가 펀딩을 해야 한다. 다만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가 살살 꺽이는 느낌이 들어서, 펀딩시장 분위기가 좀 걱정은 되었다.
잭은 이사회 몇일전에 알버트에게 전화를 해서, CEO 마크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지속적으로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는 점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번 이사회에서 만족스러운 전략을 듣지 못하면, CEO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할 생각이라고 하였다.
잭은 이사회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사업계획을 어떤 방식으로 달성할 것인지 집요하게 질문하였다. 프리미엄 모델 전략은 어떤지, 가입자 활동을 어떤 식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지, 매출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에 따라 비용을 어떻게 축소시킬 수 있을지 질문하였다. 마크는 여러가지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있지만, 지난달부터 새롭게 개편한 모바일앱과 토큰리워드 시스템으로 가입자들의 사용패턴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였다.
이사회 멤버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다른 회사의 수익모델 사례, 비용관리 사례, 다른 투자회사와의 파트너십 기회 등에 대한 조언을 하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BeeOrBug의 경영방향은 CEO인 마크가 주장하는대로 진행되게 되어 있는 것을 안다. 회사의 경영은 결국 회사를 매일 운영하는 CEO의 몫이고, 이사회는 실적을 평가하고 마음에 안들면 CEO를 교체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CEO 교체는 쉽지 않은 프로세스이다. 투자자마다 CEO 교체에 대한 철학이 다르고, CEO 교체는 회사의 운영과 사기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잭의 표정은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지금 단계에서는 CEO를 교체해야겠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D. Series D 펀딩 계획
이사회에서 회사의 영엽현황, 사업전략 등에 대한 얘기가 끝나고 잠시 쉬기로 했다. 휴식 이후에는 Closed Session이다.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Open Session과 Close Session으로 나뉜다. Open Session은 이사회 멤버뿐만아니라 회사의 주요 경영진 (영업담당 VP, 사업개발 VP, 재무담당 VP 등)과 투자자중에서 Board Observer (이사회 참관권리)를 가진 투자자 등이 참석을 하는데, Closed Session은 주로 이사회멤버만 참여한다. 그리고 M&A 등 중요하고 confidential한 얘기는 Closed Session에서 진행된다.
이제는 회사의 CEO인 마크, 공동창업자 아비브, 잭, 제이콥, 알버트 및 회사변호사인 존, 이렇게 6명만 남았다. 잭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언제나 긍정적인 제이콥이 먼저 펀딩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제이콥은 마크에게 펀딩 계획이 어떤지, 그리고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대가 어떤지를 물었다. 마크는 지난번 Series B 때 만났던 VC들과 가볍게 얘기를 시작했고, 지금 리스트업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밸류에이션은 현재로서는 지난번 보다 약간 오른 정도의 up round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후행투자시 밸류에이션이 직전 라운드 밸류 보다 높으면 up round, 낮으면 down round, 동일한 가격이면 flat round라고 한다. up round면 당연히 제일 좋은 것이고, flat round는 사실상 펀딩 이후 기간동안 회사의 가치에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이고, down round는 뭔가 직전 라운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평가가 되었거나, 펀딩 이후 회사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사회 Closed Session에 앉아 있는 사람중에 알버트가 가장 곤혹스럽다. 자기가 강하게 주장해서 1년반전에 투자했는데, 이번 Series C 라운드가 얼마만큼이라도 up round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down round가 되지만 않아도 다행이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근 컨수머 분야에 대한 VC의 관심이 조금씩 식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이때 회사변호사인 존도 최근 컨수머 온라인 분야 밸류에이션이 하락중이라고 언급하였다.
VC는 한달에 한건 정도 투자를 해도 많이 하는 것이지만, 벤처전문 로펌은 한달에 수십건 이상의 투자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VC 보다 훨씬 많은 케이스를 접하고, 투자 시장에 대한 분위기를 가장 잘 파악하는 위치에 있다.
잭, 제이콥, 알버트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VC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였고, 다음번 이사회 이전에도 계속적으로 진행상황에 대해 업데이트를 요청했다. 그리고 VC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하였다. VC가 VC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가장 많이 보기 때문에, 그래도 가장 효과적인 피드백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E. 갈수록 꼬이는 펀딩 환경
몇주만 있으면 곧 2021년도 Thanksgiving 기간이다. Thanksgiving은 11월의 네번째 목요일로, 일년중 미국내 인구 이동이 가장 많은 주간이다. 또한 Thanksgiving 다음날은 Black Friday라는 연중 가장 대표적인 세일기간이기 때문에, 쇼핑몰마다 차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펀딩이 필요한 벤처회사들에게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Thanksgiving부터는 연말 Holiday Season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VC들이 휴가도 많이 가고, 일 자체도 진행이 더뎌진다. Thanksgiving 이전까지 투자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았다면, 펀딩이 새해로 넘어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BeeOrBug의 이사회 멤버들과 경영진은 계속적으로 Series C 펀딩 진행 상황에 대해 이메일이나 통화로 업데이트를 주고받고 있다. Series C 펀딩이 지난 이사회때 생각했던 것 보다 쉽지가 않아 보인다. 알버트도 회사를 주변의 친한 VC에게 소개시켜줬었는데, 현재 회사의 단계로는 이전 밸류에이션 이상으로는 투자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였다. 다른 이사회 투자자 멤버인 잭이나 제이콥에게서도 비슷한 업데이트를 들었다. CEO인 마크는 아직도 up round를 자신하고 있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알버트는 이전에도 투자회사의 CEO가 펀딩환경에 매몰되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적이 몇번 있다. 아마도 이번 펀딩과 맞물려 CEO를 교체하는 것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였다. 펀딩 이전이 투자자가 CEO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고, 돈이 회사 은행계좌로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CEO 교체가 쉽지는 않다.
여하간 지금까지 만난 VC 중에서 회사의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한 곳은 Middlefield Partners와 Alma Ventures 등이다. 하지만 두 곳다 구두로 언급하기는 down round이어야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존투자자의 참여를 강요할 수 방안을 넣을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기존투자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Pay-to-play 조항까지 들어갈 수도 있겠다. 아니면 Restart 까지도 생각해야 하나? 투자자로서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더라도 우선회수권한이 있는 투자원금 (liquidation stack)이 유지되기를 원할 것이고, 경영진으로서는 계속적으로 후행투자를 지원하지 않는 투자자가 빠지는 방식인 pay-to-play를 그나마 선호할 것이다. 그리고 천성이 너무 낙천적이고 무엇을 해도 새로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restart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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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투자자의 고민
A. Throw Good Money After Bad
VC 업계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접점에 있고, 경력이나 학력 모든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VC를 하는 사람들이 매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시점이 되면,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을 했을리 없다는 방어기재, 자신의 투자기업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 자신의 VC 파트너십내에서의 위치, 벤처 업계의 명성 등등 여러 생각들이 맞물리면서 망해가는 회사에 지속적인 후행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VC 업계에서 종종 “Throw good money after bad”이라고 한다.
VC가 파트너십이라는 측면은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즉, 해당 투자회사의 담당 파트너가 점점 비이성적이 되어갈때 이를 견제해주고, 정신차리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이사회멤버를 교체해 VC내 다른 파트너가 이사회로 참여한다. 물론 담당 파트너를 교체했을때의 문제는 종종 자신이 투자를 리드하지 않은 딜에 대해서는 보다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리콘밸리내 많은 VC들이 남이 투자해도 자기 투자인 것 처럼 생각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최소한 제도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누가 딜을 주도했든지 성공과 실패를 파트너십내에서 공유한다.
알버트는 BeeOrBug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리저리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았다. 만약 down round가 된다면, 어느 정도 투자를 해서 지분율을 유지해야 할지, 만약 pay-to-play 상황이 된다면 후행투자에 참여해서 우선주 권리를 지켜야 할지, 만약 restart가 된다면, 이 회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만큼 이 회사의 미래가치가 명확한지 등등을 고민하였다. 알버트가 파트너로 있는 Palo Alto Partners의 월요일 파트너십 미팅에서도 알버트는 다른 파트너들에게 현재 펀딩 상황에 대해서도 업데이트를 하고, 발생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라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물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plan for the worst, hope for the best” 이다.
B. Plan for the Worst
미국 벤처 회사의 많은 경우가 – 특히 일반 소비자향 사업은 더욱더 – 성장 지향적인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즉, 당장의 수익 모델은 잘 모르겠거나 수익성은 떨어져도, 많은 사용자를 끌어오고 해당 분야에서 반향 (buzzword)을 일으킬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런 사업모델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내에서는 사용자가 많으면 대기업에서 사용자를 인수하는 차원에서도 M&A에 높은 프리미엄이 지불되기도 하고, 최소한 독자적으로 광고로도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단가 자체도 한국에 비해 5~10배 높은 수준이고, 광고가 타겟하는 인구도 한국에 비해 6배는 많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산술적으로도 30~60배 이상 규모이다.
성장중심의 사업 모델은 전반적인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래도 많은 성공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다. Tumblr, Instagram, WhatsApp 등등이 특별한 수익이 없이 사용자의 관심과 높은 트래픽으로 높은 프리미엄에 매각되었다. 물론 최근까지는 넘치는 유동성으로 매각 보다는 높은 밸류에이션에 지속적으로 펀딩을 받는 모델로 변하기는 했다.
성장중심의 사업모델이 가지는 사업리스크는 운영자금을 펀딩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기 사이클이 위축됨에 따라 펀딩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 벤처회사나 투자자 모두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사업이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으면, 그래도 펀딩이 될 것이고, 기존투자자들도 지속적으로 펀딩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기대만큼 안나온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약간 삐끗하기 시작하면, 펀딩환경에 따라 생사가 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사업이 성장궤도에서 이탈한 경우는 몇가지 시나리오가 발생가능하다.
C. Downround –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책임져라
첫째, downround 상황이다. downround는 이전 투자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펀딩을 받는 것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투자자 모두 지분율이 상당히 희석된다. 어쨌든 downround가 무슨 이유에서 발생했든, 회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회사와 투자자 모두의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창업자/경영진이 사업을 잘 못 수행한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투자자 역시 지난 라운드에서 회사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고, 투자자가 회사의 이사회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기존투자자가 downround하기 싫으면 자기들끼리 투자금을 모아서 후행투자를 해도 되는데,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BeeOrBug의 이전 valuation이 $180M이었고, 만약 이번에 premoney value $90M에 펀딩을 받으면, 가장 쉽게는 지분의 가치가 50% 떨어지게 된다. 그나마 제일 먼저 투자했던 Lytton Ventures는 평균매입가격 보다는 높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겠고, Series A를 리드한 Hamilton Ventues는 투자원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고, Series B를 Lead한 Palo Alto Partners는 투자원금 $20M의 펀드 장부상 평가금액이 $10M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보통주 주주 및 창업자 역시 지분가치가 50%로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평가상의 가치가 올랐다 내려가는 것이지만, 원래 주식투자도 평가익을 얻으면, 그 시점부터 손실을 계산하기 때문에, 심정적 손실은 50%이다. 여하간 Downround가 투자자/창업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지만, 구조에 따라 어느 한쪽이 더 힘들 수 있다.
Downround도 상황에 따라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downround가 되는 경우가 있고, 우선회수권 금액을 조정하면서 downround가 될수도 있다. 우선회수권은 우선주 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투자금 보호장치로 만약 우선회수권 금액을 유지하면 투자자들은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BeeOrBug의 Series C가 premoney value $90M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도 우선회수금액은 기존투자자들의 투자원금의 합인 $45M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보통주 주주들은 (일반적으로 창업자) 불리하게 된다. 이전에는 회사가치에서 우선회수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45M/180M) 이었는데, 이제는 50% ($45M/90M) 수준까지 올라가서 보통주의 몫이 적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우선회수권을 모두 날리는 경우가 있다. 똑같이 BeeOrBug의 Series C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이 $90M으로 투자가 되는데, 이전 우선회수권을 “0″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 보통은 이전 클래스를 하나의 클래스로 묶어서 변경시키기도 한다. 즉, Series Seed, Series A, Series B를 하나로 묶어서, Series A-1 이런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쨌든, 투자자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우선회수권이 없다면, 우선주의 제일 중요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주 주주에게는 dowround가 되더라도 손해보는 것이 크지 않다. 우선회수권을 없애버리는 주요 이유는 우선회수권이 회사의 매각이나 직원 영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선회수권이 높으면 보통주의 이익실현이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직원옵션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직원 영입에 중요한 스탁옵션의 효과성이 떨어진다. 회사 매각시도 인수 회사는 최대한 직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딜을 원하는데, 우선회수권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D. Pay-to-Play – 패를 더 받아보고 싶으면 판돈을 내라
둘째는 pay-to-play 상황이다. 이는 명칭그대로, play하고 싶으면 pay해라, 즉 포커판에서 패를 한장 더 받아보고 싶으면 콜이라도 따라오라라는 얘기이다. 포커판과 상황은 동일하다. 만약 따라가지 않으면 아무리 자기가 이전에 넣은 판돈이라도 패를 접는 순간 더 이상 자기의 몫은 없다. Pay-to-play의 기본철학은, 회사가 어려울때 회사를 계속 지원하는 투자자는 혜택을 얻거나 손실을 최소화하고, 회사를 저버리는 투자자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것이다.
투자도 포커와 마찬가지로 pay-to-play를 할지 말지는, 자기 패가 지금은 별로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때 고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pay-to-play는 정상적인 upround시에는 발생하지 않고, 거의 항상 downround와 함께 들어오는 조항으로,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과 지분율에 영향을 미친다. Pay-to-play 조항도 적용방식은 투자계약하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이 기존투자자의 우선주내 지분율 (pro rata)만큼 투자하지 않으면, 모든 기존 우선주가 보통주로 감자 전환되고, 동시에 우선회수권이 다 사라지는 방식이다. Palo Alto Partners의 우선주주주간 지분율은 약 29%이고, 금번 Series C에서 기존주주에게 할당된 투자금액이 $10M이면, Palo Alto Partners의 pro-rata 참여는 $2.9M ($10M * 29%)가 된다. 만약 $2.9M을 투자하지 않으면 기존 $20M 투자 우선주는 10:1 비율로 보통주로 감자 전환되고 (감자 비율도 정하기 나름이다), $20M의 우선회수권 역시 사라진다. 그리고 $2.9M이 아니라 $2.8M만 투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드시 최소한 $2.9M을 참여해야 한다. $2.9M 때문에 $20M을 날리겠는가? 상황따라 다르다.
다른 방식으로는 기존투자자가 참여한 수준만큼 기존투자가 지켜지는 방식이 있다. 동일하게 Palo Alto Partners에게 배정된 금액이 $2.9M인데, 이런 저런 사정상 딱 절반인 $1.45M만 투자하면, 기존 우선주의 50%만 보통주로 감자 전환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우선주로 남는 것이다. 우선회수권 역시 투자금액인 $20M의 절반만 사라지고, 나머지 절반인 $10M은 그대로 남는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의사결정이 1/0의 디지털이라기 보다는 무수한 경우의 수가 아날로그적으로 존재한다. 참여해주는 만큼은 그 정성을 인정해주겠다라는 것이다.
알버트는 BeeOrBug의 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Downround, pay-to-play 등 조항을 떠나서, 그리고 기존에 투자한 금액과 무관하게 회사 자체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주도한 투자이고, 짧은 시간내에 downround 상황이 되었지만, 어쨌든 “throw good money after bad”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는 싫었다. 일단 회사의 가능성과 사업모델의 가능성, 그리고 CEO로서 다른 공동창업자인 아비브를 교체한다면 충분히 실행면에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restart가 된다면 “after bad”할 돈도 사라지는 것이니, 그때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Restart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투자자를 다 보통주 전환후 감자하여, valuation을 급격히 낮추고, 새로 펀딩을 받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가끔 창업자와 투자자의 이해가 일치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는데, 많은 경우는 그냥 회사를 접는다. 그것이 깔끔하다.
알버트도 일단 restart는 옵션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현재로서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E. Bridge Financing – 일단 시간을 좀 벌자
BeeOrBug를 검토하던 Middlefield Partners와 Alma Ventures 중에서 Middlefield는 투자를 pass하겠다는 연락을 보냈다. CEO인 마크는 Middlefield에서 보낸 이메일을 이사회멤버들에게 포워드시켜줬다. 알버트도 Middlefield Partners를 개인적으로 좀 알고는 있어서, 거기에서 투자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중간의 어정쩡한 딜만 좋아하는 그런 VC이다. 이제는 Alma Ventures만 남은 것인가? 다른 이사회멤버인 Hamilton Ventures의 제이콥은 기존투자자들끼리 bridge 하는 안을 제안하였다. 약 $10M 정도를 기존투자자가 지분율만큼 부담하면, 현재 cash과 burn rate (실제 현금이 떨어지는 금액, negative cash flow) 고려시, zero cash date을 2분기 정도 뒤로 미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CEO인 마크 역시 bridge financing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투자자 이사회 멤버들에게 요청하였다.
Bridge financing을 하면 Convertible Note로 투자하게 된다. Convertible Note는 일종의 회사채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2년의 만기 상환 조건과 연 이자율 등이 포함되고, 다음번 equity financing시 투자가격에 할인된 가격으로 전환되는 조건을 담고 있다.
이번에 $10M을 bridge하게 되면 1년후 상환 또는 그 이전 우선주 전환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고, 전환시 연 10%로 환산된 미지급이자와 Series C 펀딩가격의 80% 가격으로 전환되는 조건 정도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무슨 조건에 무슨 가격에 무슨 좋은 내용이 들어가더라도, 다음 투자자의 투자계약에서 모두 의미없는 조항들이 될 수 있다.
알버트는 경험상 bridge financing을 해서 다음펀 펀딩이 잘된 경우 보다는 결과적으로 bridge한 돈만 아까운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기존투자자가 bridge를 해주기 시작하면 회사의 CEO는 늘 기존투자자가 뭐라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어서, CEO의 멘탈 측면에서도 그닥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현재의 펀딩 환경에서 1분기 차이가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고, 회사의 사업 역시 1분기 사이에 괄목할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bridge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물론 가끔 너무 사업이 잘되가다가도 펀딩 타이밍 오류로 유동성위기가 오는 때가 있고, 그런 경우 bridge를 할때도 있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이다. 마지막으로 bridge를 했다는 것 자체가 회사의 펀딩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메세지를 시장에 준다. 이 회사 돈 구하기 힘들구나. Lytton Ventures의 잭도 bridge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아직 3달 정도의 cash balance가 남아 있으니, 현재 그래도 가장 많은 협의가 된 Alma Ventures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하였다. 알버트가 Alma Ventures에 있는 친구에게 듣기로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다.
F. Series B-1 펀딩
드디어 Alma Ventures로부터 Term Sheet을 받았다. Alma Ventures가 제시한 조건이 상당히 가혹하지만, 다행이라면 펀딩을 받아서 회사가 망하지 않았고, 투자자의 지분도 약간은 살아있다는 점이다. 물론, 불행이라면 여하간에 회사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번 라운드는 downround와 함께, 회사의 지분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 투자형태: Series B-1 – 원래는 Series B 이후에 Series C 라운드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downround와 함께 회사의 지분구조의 변화를 주었다. 이전 Series Seed, Series A, Series B 투자자 모두 Series A-1이라는 동일한 클래스로 묶여버렸다. 이전 투자자들을 다 한통으로 모아 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개별 클래스간의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적인 측면은 적다. 다만 우선주의 종류를 줄여서, 지분구조를 단순화시킨 정도의 의미이다.
–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 이전에는 우선주간 파리파수 (pari passu), 즉, 동일한 우선회수권을 가졌는데, 이번 Alma Ventures의 조건은 Series B-1이 Series A-1에 비해 투자원금 우선회수권을 가지는 형태이다. 즉, 1x Liquidation Preference 조건이다. 2x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 프리머니 밸류 (premoney value): Alma Ventures의 투자조건은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을 $72M로 낮추었다. 이전 라운드의 포스트가 $180M이었으니, 회사 가치를 60% 떨어진 수준이다. 굳이 정도로 따진다면 절망과 고통스러운 정도의 중단정도. VC업계의 수년간의 경험으로 맷집이 생긴 알버트 한테도 고통의 시간이다. Palo Alto Partners에게는 지난번 $20 투자의 가치가 $8M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 펀딩금액: 총 $18M 펀딩에 Alma가 $12M을 투자하고, 나머지 $6M을 기존투자자가 우선주 지분율 (pro-rata)에 따라 담당하는 조건이다. 알버트의 Palo Alto Partners의 기존 우선주 주주간 지분율은 약 29%로, 기존투자자에게 할당된 $6M에서 참여해야 하는 금액은 대략 $1.74M 정도가 된다. Palo Alto Partners가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규모로 보면, $1.74M이라는 것이 큰 돈은 아니지만, 오히려 작아서 그냥 포기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ay-to-Play: 역시나 Pay-to-Play 조항이 들어갔다. 기존 우선주 주주에게 할당된 $6M에서 자신의 지분율만큼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의 기존 우선주는 첫째 보통주로 다 전환되고, 둘째 당연히 우선회수권이 다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보통주로 그냥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10:1 감자 전환되는 조건이다. 결국 이번에 참여하지 않는 기존투자자는 다 찌그러지라는 얘기이다.
알버트는 패를 덮고 찌그러지느냐, 아니면 따라가서 다음 기회를 더 보느냐 고민의 시간이 많지 않다.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생각은 있다. BeeOrBug의 사업 자체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있고, 공동창업자인 아비브를 CEO로 변경하면 상황을 바꿀수 있을 것이다. $1.74M 정도는 어떻게든 파트너십을 설득해야겠다.
G. 이사회의 딜레마
Alma Ventures의 Term Sheet을 받아들이고 승인하기 위해 이사회가 모였다. 물론 이미 전화로 이메일로 내용은 다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개개인의 의견이 피력된 상태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1:1로 이야기할때와 다 같이 모여서 의견을 정리할때는 조금은 다른 형태의 역학관계가 발생하기는 한다. 어쨋든 의사결정은 단순하다. 1) Alma Ventures의 프리머니 $62M, $18M 라운드 Term Sheet을 받을 것이냐, 2) 그냥 기존투자자들끼리 라운드를 구성하느냐 (insider round), 3)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다른 투자자를 더 기다려 보느냐.
일단 (3)안인 더 기다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현금이 30~45일 정도 지속될 수 있는 수준 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기 시작해서 투자금이 납입되기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없다.
(2)안인 기존투자자 라운드는 투자자들간의 서로 다른 의견과 투자자의 펀드 파트너십내에서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파트너십에서는 외부 투자자가 회사에 대해 다시 평가해 주기를 원하고, 회사의 가치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펀드 성과 및 파트너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입장에서도 기존투자자들끼리 $10M을 모으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적게 모을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면 회사는 몇개월후에 다시 펀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므로, 회사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남은 안은 (1)안이다.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다른 안이 없다. 나름 위로를 삼는다면, 회사가 성장하는 중간 중간의 가치라는 것은 펀드 재무제표상에 나오는 미실현손익이다. 결국 투자의 성과는 매각시점에서 회사의 가치에 자신의 지분율을 곱한 금액이다. 이번에 downround가 되던 회사를 믿고, 지분율을 지킬 수 있으면, 성과함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알버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Lytton Ventures의 잭이다. 잭은 올해초부터 회사 사업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고, 회사의 경영진과도 줄곧 편안하지 못한 관계에 있었다. 특히 Lytton Ventures의 파트너십내에서도 BeeOrBug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알버트의 불안한 예상대로 잭은 이번 라운드에 Lytton Ventures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즉, Pay-to-Play를 그냥 당하고, Lytton에서는 BeeOrBug는 내부적으로 감액하겠다는 의사결정이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로서 잭은 Alma Ventures의 Term Sheet에 대해 승인 표결을 던졌고, 투자자로서 Lytton Ventures는 반대표결을 던졌다. 잭은 Lytton Ventures를 대표해서 이사회에 참여했지만, 이사회 멤버로서의 선관의무 (fiduciary duty)에 따라 회사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표결을 한 것이다. 알버트는 이런 경우를 가끔 봤다. 어찌보면 황당하지만, 또한 당연한 일이다. 잭은 표결이후 곧바로 이사회에서 사임한다고 밝혔고, 이사회 사임을 서면으로 이사회에 제출하였다.
이제는 Alma Ventures에게 $12M이 아니라 $10M 정도로 펀딩하는 조건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남았다. Lytton이 라운드에서 빠져서 최소조달금액기준을 못 맞출게 되어 조정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Hamilton Ventures의 제이콥은 알버트 보다 더 긍정적이다. 만약 Alma에서 조달금액을 조정해주지 않으면, 자신들이 Lytton에게 할당된 $2M까지 더 할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회사에 대한 강한 믿음일수도 있고, 의리일수도 있고, 아니면 막무가내일수도 있다. 어쨋든 라운드는 진행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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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투자의 시작과 끝
A. 상황의 반전
2019년 봄이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3월부터 11월까지는 대충 날씨가 비슷하기 때문에 날씨로는 봄이 왔다는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12월말부터 3월초까지는 나름 지중해성 기후로 비가 주룩주룩 올때가 많고, 3월로 넘어가면 우기가 끝나간다. 그리고, 꽃가루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물론 5~6월이 알러지의 가장 극한이지만, 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BeeOrBug의 사업은 이미 봄을 맞은지 오래이다. 2016년말까지 회사 사업모델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고, 신규고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으나 기존고객 또한 높은 수준으로 이탈하여서 순증이 많지 않았고, 펀딩 환경의 악화로 회사의 조직 역시 흔들리면서 몇몇 주요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Series B-1 펀딩 이후, 그리고 아비브가 CEO로 역할을 시작한 이후, 회사의 트래픽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였고, 멤버십의 정교한 설계와 다른 가입자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및 네트워킹 기능 강화로 유료 가입자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올해 1사분기에는 이미 연간기준 $50M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영업이익 역시 다음분기 내지는 다다음분기가 되면 분기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또한 IPO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JOBS Act에 따라 IPO 진행이 용이해짐에 따라, 투자은행 (IB)들이 회사에 계속 방문하면서 IPO를 나가라고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투자은행의 뱅커들은 말쑥한 차림에 단정한 머리, 쾌활한 웃음에, 자본시장의 현황을 재밌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애널리스트들을 밤새 돌려서 만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들고 IPO가 가능한 회사들을 만나고 다닌다. 그리고 돈이 된다고 생각되면 끝까지 달려드는 적극성까지 보유하고 있다.
작년말부터 몇몇 대형 인터넷 기업과 심지어는 핀테크 기업에서도 M&A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500~600M 정도까지 언급이 되고 있는데, 이사회에서는 IPO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사회멤버인 Palo Alto Partners의 알버트와 Hamilton Ventures의 제이콥 역시 급하게 회사를 매각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Alma Ventures에서 이사회에 참여한 크리스 파운드 (Chris Pounds)는 가장 유쾌한 상태이다.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회사의 가치가 오르리라고는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알버트는 빠른 시간내에 회사의 가치가 급락하고 급등하는 경험을 모두 했지만, 지금이 중요하니, 여하간 이사회 모두 유쾌한 상태이다. 회사가 잘 되면, 이사회의 분위기는 화창한 봄이다.
B. IPO 준비
미국 벤처 기업의 회수는 80% 이상이 M&A로 발생한다. 활발한 M&A는 벤처 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이다. M&A는 매각기업의 모든 성장단계에서 발생가능하기 때문에, 직원 5명 이하의 초기기업부터 직원 500명의 대형 벤처회사까지 모든 회사가 대상이 된다. 즉, 물이 나갈 구멍이 있어야 물이 많이 들어와도 물이 썩지 않듯이, 벤처 자금 역시 나가는 구멍이 많아야, 많은 돈이 유입되어도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데, M&A는 벤처 자금이 생태계 밖으로 나가는 많은 구멍의 역할을 한다.
IPO 시장은 한동안 벤처자금 회수의 큰 부분은 아니었지만, 활발한 IPO 시장은 M&A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벤처 회사의 입장에서 IPO 나갈 수 있는 것이 옵션이라면 M&A때 보다 좋은 가격을 협상할 수 있을 것이고, 인수자 입장에서는 상장후에 인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 시점에서 인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알버트는 마음속으로 M&A가 거래 자체는 깔끔하고, 상장후 매각의 골치아픈 일이 없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IPO가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M&A 조건이 아니라면, IPO를 추진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매출대비 20x 정도까지도 IPO 기업가치가 책정되는 경우가 있어서, $1B 이상의 기업가치로 상장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회의 다른 멤버들 역시 대체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미 IPO 주간사를 선정하려고 IB와도 계속적으로 미팅을 진행중에 있다. 또한 원활한 IPO 진행과 상장후 재무를 담당할 CFO를 채용하였다. CFO는 Lytton Ventures의 제이콥이 소개해준 사람으로, 이전에도 제이콥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의 IPO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상장 회사로서의 재무 문제에 대한 이해도와 해결능력이 있어 보였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면 아마 8월중에는 상장신청서인 S-1을 SEC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고, 대략 20~30일 이내에 최종 승인이 나면, 9~10월중의 증권시장 분위기에 따라 상장시점을 저울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하간 JOBS Act 이후에 IPO가 매우 간소해진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예전보다 기관투자자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고, 시장수요를 더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시장 분위기 및 공모가 산정을 보다 잘할 수 있는 분위기임에는 분명하다. 회사의 성장세가 지금까지는 계속 좋은데, 앞으로 이런 추세가 꺽이지만 않는다면, BeeOrBug가 상장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였다.
C. Initial Public Offering
몇일전에 S-1을 제출하였고, 지금은 quiet period (상장전에는 S-1 제출이후 승인때까지 기간) 이다. 일단은 상장 관련 구체적인 이야기를 삼가해야 하기 때문에, IB, 변호사들만 SEC에서 나오는 리뷰에 대응하면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그래도 JOBS Act 이전과는 달리 이 기간동안에도 약간의 마케팅 활동을 할수 있게 되어서, 예전보다는 좀 더 탄력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게 된 느낌이다. 이사회내에서만 상장준비와 진행과정에 대한 업데이트를 공유하고 있는데, 대략 10월초 정도면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버트는 회사 CEO로부터 이사회멤버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받았다. 드디어 SEC 승인이 났고, 곧바로 로드쇼를 진행하고 수요조사후에 공모가격을 산정하는 것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일단 로드쇼는 보스톤, 뉴욕, 샌프란시스코 정도에서만 진행할 생각이다. 알버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는 로드쇼에 참석하겠다고 회사에 통보하였다. 아마 한동안은 주변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올 것 같다.
로드쇼에서 대략 $16~18 사이로 진행을 했는데, 수요를 보니 $20로 공모가를 정할 수 있겠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한동안 컨수머 인터넷이나 소셜 등에 부정적이었는데, 최근 유사 회사들의 성공적인 상장이 이어지면서 최근 이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한 상태이다. 또한 회사의 사업을 핀테크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면서 회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최근 몇몇 상장회사들이 첫날 30~50% 이상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예상공모가격대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었다. 공모금액은 총 $200M이고, 공모전 프리머니는 $1B이다. 알버트의 Palo Alto Partners는 약 $23M을 투자하여서, 공모가 기준 가치가 보유지분 가치가 $135M 이상으로 올라갔다. 약 6배 정도 수익에, IRR로도 45% 정도의 좋은 투자 결과이다. 물론 매각이 되어야 실현이 되겠지만, 상장 이후의 가격 상승을 생각하면, 이 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예상했다.
공모에는 기존투자자들의 구주매각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투자자들 모두 공모가 보다 상장이후의 가격상승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공모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180일간의 락업 (lock up, 보호예수기간)에 걸려서 앞으로 약 6개월간은 매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매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이라면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길 수 있는 IB들이 락업이 끝날때까지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보통 락업이전에 또 다시 세컨더리 오퍼링 (secondary offering)을 주선해서 기존투자자들이 매각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다. IB들은 IPO때 7% 정도의 주간사 수수료를 가져가고, 세컨더리를 하면서 또 다시 3~4% 정도의 수수료를 챙긴다.
알버트는 처음 BeeOrBug를 투자할때를 돌아봤다. 참 짧은 시간내에 고난과 기쁨이 교차한 기억들이다. 알버트는 회사에 대한 애착도 많고, 좀 오랜기간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싶지만, Palo Alto Partners는 다음번 펀드를 결성중이고, 가급적 실현이익을 많이 내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락업이후에 거의 전량 매각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알버트는 잠자리에 들러 가기전에 BeeOrBug의 CEO인 아비브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Kudos to you and you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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