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수가 130개를 넘었다. 쥬라식파크의 공룡처럼 유니콘이 지천에서 뛰어 다니고 있다. 그래서 많이 나오는 질문이 “이중 몇 마리가 살아남을까”이다. 무한질주 중인 지금…지난 몇년 같은 평지면 상관이 없지만, 만약 앞에 나름 폭이 넓은 계곡이 나타나면,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다.
- 끽~ 멈추면서, 꼬깔을 내려놓고, 일반 말로 돌아감 (좀 쑥스럽더라도 살고는 봐야지)
- 난 유니콘이야! 하고 계곡을 뛰어 넘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짐 (곤조는 지키지만, 좀 끔찍한 모습)
- 유니콘인지만 알았는데, 날개까지 있는 페가수스!
이 상황은 반드시 올 것이다. 2000년 닷컴때도 그랬고, 2008년 경제위기 때도 그랬다. 경제위기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지금이 그때인가? 모른다…다만 몇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첫째, “math doesn’t add up” 굳이 번역하자면 “뭔가 숫자가 안 맞는데” 정도.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 $30B 가까이 벤처에 투자되었고, 특히 작년은 $50B 이상이 투자되었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회수금액은 $25B 이하이다 (물론 2014년은 WhatsApp 한방으로 총 $47B 정도). 특히 투자는 골고루 이루어지는데 반해, 회수는 몇개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투자의 성공확률은 더욱 낮을 것이다. 벤처투자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둘째, M&A가 느낌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이상하다. 미국 벤처 회수의 90% 이상은 M&A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300M 이상 규모의 M&A가 종종 이루어졌었는데, 최근에는 너무 뜸하다. 통계적으로도 M&A가 몇분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워낙에 펀딩 환경이 풍부하다 보니, 잠재적 인수가 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굳이 안 파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SnapChat이 $3M 매출로도 $3B 인수제안을 거절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인수하려는 사람도 이제는 부담스럽다.
셋째, 회사가 너무 무거워지고 있다. 예전에 벤처에서 burn (돈을 태워버리는 것. 즉 현금사용)이라는 개념이 중요했는데, 펀딩이 많아지니 burn은 펀딩으로 메꾸고, 성장에만 몰두한다. 문제는 평지에서는 상관이 없는데, 계곡을 넘을때 뛰어 넘기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지금 벤처시장에 자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곳이 자산운용사/헤지펀드들이다. 이들은 벤처가 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떠난다. VC는 그래도 자리는 지킨다. 투자가 소심해지기 시작해서 그렇지. 그렇다면 곧 경제위기가 올 것인가? 모르겠다.
자금은 ‘피’이다. 내부에서 만들거나, 외부에서 수혈을 계속 받아야 한다. 내부는 사업모델을 통해서 만들어야 하는 통제가능한 계획이다. 하지만 외부는 왔다갔다 한다. 내부 cash flow가 없는 상황에서 외부 펀딩이 사라지는 순간, 당장 회사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언제는 투자자들이 다 좋다고 따라다니더니, 만나자고 하니 연락이 끊긴다. 회사에서는 피의 숙청이 벌어지거나, 고도비만에 따른 심장마비로 한방에 그냥 쓰러진다. 아마도 곧 이런 상황이 올 것이다. 다만 좋은 회사에게는 페가수스의 위엄을 보일 수 있는 더 좋은 기회이다.
부록: 미국에서 6천만 뷰어를 가진 유튜브 “Charlie the Unicorn”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엽기적인 내용으로 도대체 왜 6천만이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니콘 회사에 적용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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