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헬스케어전문 벤처캐피탈인 Hatteras Venture Partners (KTB 출자 펀드)의 연간총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미국에서 헬스케어를 투자하는 VC와 IT 분야를 투자하는 VC는 서로 매우 다르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모두 스포츠를 하지만, 헬스케어VC는 야구를 하고, IT산업 VC는 축구를 하는 그런 차이이다. 물론 대형 VC에서 양 분야를 모두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VC는 이쪽 아니면 저쪽이다.
둘 사이의 간극을 개인적으로 경험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IT업계의 가장 큰 컨퍼런스는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로 매년 1월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수 많은 대기업, 벤처기업, 산업관계자, I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개인적으로는 두번 가봤다. 그런데 CES가 열리는 같은 기간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JP Morgan 헬스케어 컨퍼런스’라고 헬스케어 업계의 가장 큰 컨퍼런스가 열린다. JP Morgan 컨퍼런스에 갔을때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다”, “보통 CES에 간다” 했더니, “CES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양 분야는 그냥 서로 따로 논다. 내년에도 JP Morgan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다. 일단 차타고 갈수 있고, 호텔비용, 항공비용 등을 아낄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하간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를 얘기할때 주로 IT쪽만 바라보지만, 헬스케어분야 역시 절대적인 투자 규모도 크고, 실리콘밸리는 미국내에서 헬스케어 관련 벤처투자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지역 중에 하나이다. 헬스케어 분야는 몇가지 측면에서 한국에서 정책 및 투자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봐야할 분야이기도 하다.
1) 헬스케어분야는 한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가 현격한 분야이다.
IT분야는 한국과 미국간의 기술격차가 상당히 좁아져 있다. 물론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는 좀 멀리 있지만, 후진적 정책기반 인터넷환경, 엔지니어의 개발경험과 한국내 대기업 중심 시장 때문에 발생한 차이이지 근본적인 역량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는 글로벌 IT기업인 삼성과 LG가 있다! 하지만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쪽은 기초과학 기반이고, 대규모 다국적 제약사가 관여하는 시장인데, 한국의 제약사는 미국의 벤처기업 정도의 수준이다.
(야심차게 만들어봤는데, 그림이 너무 작게 들어가네요…여하간 “2012년 기술수준평가 –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를 활용하여 도표 작성)
2) 헬스케어 분야는 IPO 시장에서 최근 가장 HOT한 분야이다.
물론 HOT한 것을 피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일수도 있다. 다만 한동안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가 급감한 이유는 헬스케어 산업의 회수시장이 막혀있었던 것인데, 회수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부분으로 이해한다면, 헬스케어 벤처산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였던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볼수 있다. 2013년도는 지난 2000년도 지노믹 버블 (Genomic Bubble: IT업계에서 닷컴버블기간이라고 불리우는 1999~2000년대를 바이오업계에서는 지노믹 버블이라고 한다) 이후, 바이오텍 IPO 최고의 해로 기록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3분기까지 26개 바이오텍 회사가 IPO를 갔으며, 이는 벤처기업 IPO 전체의 47%에 달한다.
(Source: PwC Moneytree)
3) 헬스케어 투자의 경쟁이 매우 약화되었다.
IT 업계는 닷컴버블 이후에 오히려 구글, 페이스북 같은 $100B이 넘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Web2.0, 모바일, 클라우드 등 새로운 테마가 많이 등장하여, VC 업계 역시 상대적으로 활발하였으나 (중요한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수 많은 VC들이 사라져갔다. 이유는 자금소요가 많으며, 회수시장은 막혀있고, FDA의 규제리스크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많은 VC들이 못 버티고 사라져갔다.
(Source: Hatteras 총회자료중)
그나마 금융위기전까지는 헬스케어 VC 펀딩 규모가 $7~8B (약 7~8조원) 사이는 유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에 $2~3B 사이로 급감하였고, 회복되지 않았다. 특히, 규제리스크에 따른 장기간의 투자가 소요되는 측면에서 초기투자는 급감하였다. IT 분야는 VC 펀딩규모는 일정한데, 그 안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인데 반해, 헬스케어분야 VC는 전체 산업 규모가 축소되었다. IT 업계에서 좋은 벤처회사는 VC가 만나자고해도 튕기지만, 헬스케어 업계는 너무 환영이다.
결론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다. 헬스케어 산업자체는 미국내 가장 큰 산업이고 (약 $2.4T, 2600조원), 벤처활동 역시 활발하며, 이에 반해 투자시장의 경쟁은 낮아 좋은 딜에 많이 참여할 수 있고, FDA는 이전보다 규제를 약화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굳이 정책적 관점을 들이대자면, 제일 먼저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와 미국간의 기술격차는 매우 크다. 여러 방식으로 이를 극복해야하지만, 그 방식중 하나로 벤처투자를 생각해볼만하다. 다음번에는 한국정부에서 추진하는 제약펀드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눠보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