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및 (일정부분) 창업자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회수환경과 제도가 투자자와 벤처 창업가의 행태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회수환경의 중심에 ‘보호예수기간’이라는 제도가 있다.
보호예수기간제도는, 비상장회사가 상장을 하면, 내부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곧바로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기간동안 회사의 정보가 일반에게 공개된 이후에 매각을 할수 있도록, 일정기간 기존주주의 매각을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좋으면 보호예수기간과 무관하게 오래 보유하고 있겠지만, 안 좋은 경우 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 여하간 투자자에게는 빠른 회수를 위해 보호예수기간이 짧을수록 좋고, 상장주간사는 주가부양차원에서 보호예수기간이 길면 좋고, 회사에게는 일장일단이 있다.
미국은 보호예수기간이 락업 (lock up)이라는 이름으로 사적계약이다. 상장주간사가 투자자 및 주식보유 직원들과 매각제한 계약을 체결하고, 거의 대부분 일괄적으로 상장후 180일이다. 반면 한국은 의무보호예수기간이 법적인 규정으로 정해져있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의 회수는 M&A가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장후 회수제도인 락업이 오히려 덜 중요하겠지만,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의 회수가 IPO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호예수기간 제도에 따라 벤처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보호예수기간 규정이, 경우마다 다르고 주주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동일 기간 보호예수는 모든 주주간에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 즉 투자자나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창업자나 동일기간 동일조건으로 동일한 환경하에 놓인다. 미국의 경우는 주주는 다 동일한 주주라는 입장이고, 한국의 경우는 역시 회사는 “오너”가 있어야 되고, 오너는 회사와 함께 생사를 같이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래서 한국은 대주주라는 이름으로 최소 1년간의 보호예수를 강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제도가 한국의 벤처문화에 한국내 벤처문화 형성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의 결과는 창투사는 (상대적으로) 쉽게 돈벌고, 창업자는 (상대적으로) 돈벌기 어려운 구조로 만든다. 창투사는 상장후 1개월 내지는 즉시 주식을 매각하여 이익을 회수하고, 기관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투기적인 개인들로 채워지고, 1년 정도 지나면 회사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도 식고, 창업자는 보유물량을 해결할 수 있는 유동성이 사라져, 그냥 끌어안고 가게된다.
결국 이런 마지막을 생각한다면, 투자를 받을때의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서로 내리는 위치가 다르다고 한다면, 창업자와 투자자는 결코 같은 배를 탈수가 없다. 창업자는 “내” 회사이고, 투자자는 “네” 회사이다. (물론 미국도 창업자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훨씬 강하지만,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한국의 벤처투자가 창업자와 투자자의 파트너십, 이사회 강화 등을 아무리 얘기해도 결국은 갈라질 운명 앞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제도는 A로 가면서, 문화는 B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벤처생태계가 발전하려면 창업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 많은 창업의 성공을 통한 계속적인 롤모델이 창출되고, 창업을 통한 창업자본이 축적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투자자가 돈을 적게 벌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창업자와 투자자의 이해관계 일치를 통해, 창업자에게 공정한 몫이 배분이 되어야 하고, 투자초기부터 “오너-금융”의 관계가 아닌 같은 “주주”로서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작점은 마지막에서 결정이 되고, 마지막의 중심에 보호예수기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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