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시대, 가상의 데이터

딥러닝 등 AI가 확대되면서 데이터가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매우 비싼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가상의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와 유사하다면, 굳이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가상의 데이터를 만드는 기술과 회사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데이터가 특별히 유용한 곳이 두곳이 있다. 첫째는 신약임상 데이터이고, 둘째로는 자율주행을 위한 데이터이다.

신약개발을 보면, 실제로 신약물질 발굴 보다 몇배로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임상이다. 임상은 결국 실험데이터와 대조데이터와의 비교인데, 실험데이터와 대조데이터에 비용이 반반씩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대조데이터를 가상 데이터를 쓰다면? 실제로 대조데이터를 병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성해서 만들려는 시도들이 있다. 그러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비용이 절반이나 줄어들어 좋고, 병원 입장에서는 노는 데이터로 돈 벌어 좋고! 물론 아직 문제가 있다. 가상 대조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만드는 방법도 아직은 좀 더 규명이 필요하고, 이 대조데이터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FDA와 같은 기관에서 인정을 받는 것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수 많은 이미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주행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독특한 사례를 (보통 ‘엣지 케이스’라고 불리는) 모으는 것이 매우 지난한 일이다. 이런 케이스를 어디서 하나씩 모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수준이 가장 높다고 할때, 도로상의 이미지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도로 사례들을 가상의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당연히 이런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가상의 데이터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테슬라가 수십년 굴러다니면서 모은 실제 데이터를 1~2년 빡세게 연구해서 가상데이터로 모아 버릴 수 있다면,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의 간극을 한방에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논리로 탄소 줄이기

모든 것을 NFT로 만드는 시대에 탄소포인트를 NFT로 만들려는 회사도 당연히 다수 등장하고 있다. 보통 탄소포인트는 한번 거래가 되면 퇴장 (retire)해야 하는 방식이어서, NFT로 만들면 퇴장했어야할 탄소포인트가 슬그머니 재거래되는 것을 막을수는 있겠다 싶다. 다만 퇴장한 NFT 자체의 가치는 “0”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아닌가?

어쨌든 탄소포인트는 소위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크게 보면 두개의 시장이 있다. 규제시장 (Mandatory Market)과 자율시장 (Voluntary Market)이 있다. 규제시장은 정부에서 연간 배출 한도를 정하고, 한도를 회사별로 분배하고, 회사들끼리 알아서 잘 써서, 모자라고 남는 것은 서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반면, 자율시장은 한도가 없다. 탄소줄이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탄소포인트를 그냥 사는 거다. 사서 어디에 쓰냐? 지구를 지킨다는 좋은 마음.

정부주도 규제시장은 중국이 제일 크고, 유럽은 통합 시장이 있고, 미국은 아직 없다. 캘리포니아 같이 주별로 몇개 시행하는 주가 있는데, 아직도 미국사람의 절반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생각하니, 연방정부 단위로 시장이 생기가 쉽지 않다.

자율시장은 현재 3천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풍력발전소 개발도 있고, 숲을 보호하는 것도 있고, 아프리카에 조리기구를 바꿔주는 프로젝트도 있다. 다 합치면 2기가톤 규모의 탄소를 줄일수 있다고 한다. 2기가톤이면 러시아 1년 탄소배출 규모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1) 정말 주장한대로 탄소 감축이 되었는지 측정하기 곤란하고, 2) 이 프로젝트 하려고, 오히려 다른데에서 탄소배출이 증가할수도 있는데 알수가 없고, 3) 효과라는 것이 프로젝트 때문인지 아닌지 영 애매할수가 있다 (굳이 이 프로젝트 안했어도, 어차피 공공기관에서 하려고 했다던가). 실제로 이런 프로젝트가 효과적이었는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도 카본포인트 (보통 자율시장의 이름은 Carbon Offset)를 많이들 산다. 가장 많이 사는 회사로는 구글이 있는데, 구글이 자기네가 탄소중립 (carbon neutral)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회사 자체가 탄소중립이 아니라, 카본포인트를 많이 샀다는 얘기이다.

마지막으로, 카본포인트의 가격은 정부의 배출한도, 자율시장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포인트 공급량 등으로 인해 오르락 내리락한다. 카본이나 NFT나 결국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될텐데, 공정가격이 산정되기에는 아직 시장이 너무 불투명해 보인다.

CO2! 돈 무지하게 들어가씨오.

지구 공기중에 이산화탄소가 3,200 기가톤 (1 기가톤 = 1톤의 10억배)이 있는데, 이게 공기중 비중의 0.041%라고 한다 (0.041%를 다른말로 하면 410ppm이라고).

문제는 거의 지난 백만년 동안 CO2가 200-300ppm 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1950년 정도에 300ppm 근처를 돌파한 후에 400을 넘어가며 빠른속도로 진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1년에 공기중에 배출되는 CO2는? 연간 30 기가톤이 넘는다. 이중 중국이 6 기가톤 정도로 가장 크다 (미국이 5 기가톤 약간 넘나). 이렇게 많이 배출되면 큰일난다고 한다. CO2가 늘어나면 지구가 더워진다. 더워지면 이상 기후도 많아지고 해수면도 높아져서 전세계적인 재난이 발생한다고 하니, 어떻게든 뭘 해보려는 것이다.

그럼 뭘 할 수 있나? CO2를 적게 배출하고, 그러면서 공기중에 있는 CO2를 줄여야 한다. 만약 공기중에 있는 CO2를 줄이는 양이, CO2를 배출하는 양 보다 많아지면 소위 “탄소 네거티브 (carbon negative)”가 된다. 참 쉽죠.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지난 10-20년간 많이 진행되었다. 전기자동차, 태양광/풍력 등 탈탄소 에너지 확대이다. 하지만 배출을 줄이기만 해서는 공기중 CO2 비중은 계속 늘어날테니 (속도는 줄어들겠지만), 공기중의 CO2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이 기술은 만만치 않다.

크게 보면 두가지 방향이 있다. 한가지는 바이오기반 (토양, 나무심기), 다른 한가지는 화학기반 (CO2 빨아들이기)이다. 토양을 통한 CO2 포집은 가장 광범위하게 큰 규모로 할 수 있는데, 문제가 얼마나 CO2를 포집했는지 측정이 힘들다. 측정이 왜 중요한가? 이게 돈될려면 CO2 포집으로 포인트 모아서 (carbon offset)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몇 포인트인지 측정이 안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니면 공기중에서 직접 CO2를 빨아들이는 직접공기포집 (Direct Air Capture)을 해야 하는데, 아직 너무 비싸다 (빨아 들이는 설비도 비싸고, 포집한 CO2를 저장하는 것도 비싸다. CO2로 콘크리트를 만들거나 탄산수에 넣는 등 활용도 하기는 한다). 여하간 바이오방식이든 화학방식이든 많은 시도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재난의 규모에 비하면 수천억달러는 큰 돈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는 듯 하다.

공기중 탄소포집은 벤처투자 입장에서는 참 곤란한 사업이다. 문제의 규모는 큰데, 해결의 기간이 길고, 돈이 많이 투자되고, 그렇다고 누가 덥석 사주기도 힘든 그런 사업이다. 다만, 사업이 고도화되고 확대될수록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더욱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그날이 올때까지는 탈탄소기술에 집중. 운동해서 칼로리 빼는 것 보다, 먹는 것을 줄이는 게 일단 더 효과적.

벤처 회사의 가치?

미국에서도 벤처협회에서 벤처펀드 투자회사의 가치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라고는 하지만 별거 없다: 1) 펀딩이 최근에 있으면 펀딩 가격, 2) 최근에 없었으면 펀드의 GP (투자자)가 알아서 평가한다는 것이다. 펀드 회계감사때 외부감사인이 가치평가에 대한 실사도 한다. 하지만 위의 원칙을 지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 자기가 나서서 ‘흠 내가 볼때 이 회사의 가치는 얼마얼마다’라고 하지 않는다.

기업상장을 위한 절차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SEC에 상장청구를 하면 상장을 위한 절차적 적합성을 확인하지, SEC나 거래소가 회사의 사업적 내지는 기술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이 회사에 관심이 있으면 그만이다.

한국에서는 벤처회사의 가치를 외부자가 평가하게 되어 있다. 회사 투자를 실제 담당한 사람도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려운데, 영 모르는 사람이 와서 전지적 시점으로 판단을 해준다. 상장때도 거래소나 평가기관에서 사업이나 기술에 대해 평가를 한다.

이제는 전지적작가시점에서 벗어날때가 되었다.

Theranos: 테크와 바이오의 극명한 차이

실리콘밸리의 또 하나의 신화가 될뻔했던 Theranos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혐의로 징역을 살아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때 9조원 정도의 지분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것이다. 하지만 Theranos의 초기투자자였던 Tim Draper (같이 이사회를 한적이 있는데 도대체 특이한 양반이다)는 여전히 엘리자베스 홈즈는 희생당했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바이오업계에서는 Theranos가 잘나가던 시절부터 이미 엘리자베스 홈즈를 사기꾼이라고 했었다.

그럼 엘리자베스 홈즈는 ‘희생양’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결론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두 ‘진실’이다. VC업계에서 오랜기간 테크VC와 바이오VC는 원래 같이 놀던 사이가 아니었다. 운동으로 치자면, 모두 운동선수이지만, 한명은 농구를 하고 다른 한명은 야구를 하는 식이다. 둘이 같이 플레이 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산업이 이래저래 섞이기 시작하면서 둘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기 시작했고, Theranos는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실제로 Theranos는 바이오업계의 회사이지만, 투자자는 모두 테크VC로 구성되어 있다. 어차피 바이오VC는 이 회사를 처음부터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테크VC와 바이오VC는 현재 (present)를 보는 방식이 완전히 상반된다.
– 테크VC는 미래 (future)를 현재시제로 얘기한다. 테크는 미래를 이루는 기술이고, 현재는 그 미래를 위한 단계일뿐이다.
– 바이오VC는 과거 (past)를 현재시제로 얘기한다. 증명하려는 것은 과거에 가설로 준비한 논문이다. 현재는 그 과거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Theranos에 투자한 테크VC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말이 다 진실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반면 바이오VC에서는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꾼이다. 과학적으로 현재로서는 Theranos의 약속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크와 바이오가 중첩이 많아질수록 이런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다면 나는 미래를 현재시제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 못 먹어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