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모델의 진화

2000년 중반부터 들어와서 미국 VC (Venture Capital) 업계의 주요 트랜드는 창업자 (또는 이동네에서는 ‘operator’라고 불리는 회사경험자)가 VC 업계로 진출하여서,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계속 유효한 트랜드이기도 하다. 실제 사업을 경험한 VC들은 창업을 해보지 않은 VC와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내세웠고 (‘해 봤어?’ 하는 심정), 대부분은 엔지니어 출신이기도 하다. 실제 창업자들도 창업의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백그라운드의 VC에 대한 선호가 있다.
최근에 들은 20 Minutes VC에서 Sequoia의 Pat Grady가 나와서 VC에서 도제모델 (Apprenticeship)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최근 들었던 몇몇 얘기한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 얘기를 분명히 들었는데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으려고 하니 영 못 찾아서…).  여하간 도제모델이 가지는 장점은 1) 아무리 회사의 경험이 있어도 이것은 한두개 회사의 경험이고, 십수년 동안 수 많은 회사의 투자와 이사회를 통해 경험한 경륜을 전수하는 것은 보다 의미가 있음, 2) 한번 성공의 경험이 오히려 그 방식을 고집하게 하는데, 새로운 관점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함. 실제 Sequoia의 파트너중에 몇몇은 회사 경험이 별로 없어도 좋은 투자를 많이 했고, 젊은 사람들과 경륜 있는 사람들을 통한 지속적인 전수 및 세대교체가 Sequoia의 계속적인 성과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변호사, 의사, 경영컨설팅, IB 들도 모델이 대부분 도제모델이다. 많은 케이스를 보고, 패턴을 읽고, 합리적인 추론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랫동안 VC를 하기 위해서 창업이나 사업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같다. 남자 중에도 산부인과 명의가 많이 있다.
* 부연: 위에 최근 들었던 것중 유사한 것을 드디어 찾았다! 최근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는 Social Capital의 Chamath Palihapitiya가 최근에 CB Insights에서 언급한 내용중에 “VC 중에 가장 생각이 오픈되어 있는 곳은 창업자 중심의 펀드가 아닌 곳 (I find that the funds that are not founder-driven are the most open)”이라고 했다. 원래 너무 알면 힘들어진다.

[VC 스토리] 투자도 실패를 통해 배운다

VC 업계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접점에 있고, 경력이나 학력 모든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VC를 하는 사람들이 매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시점이 되면,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을 했을리 없다는 방어기재, 자신의 투자기업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 자신의 VC 파트너십내에서의 위치, 벤처 업계의 명성 등등 여러 생각들이 맞물리면서 망해가는 회사에 지속적인 후행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VC 업계에서 종종 “Throw good money after bad”이라고 한다.

VC가 파트너십이라는 측면은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즉, 해당 투자회사의 담당 파트너가 점점 비이성적이 되어갈때 이를 견제해주고, 정신차리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이사회멤버를 교체해 VC내 다른 파트너가 이사회로 참여한다. 물론 또 담당 파트너를 교체했을때의 문제는 종종 자신이 투자를 리드하지 않은 딜에 대해서는 보다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리콘밸리내 많은 VC들이 남이 투자해도 자기 투자인 것 처럼 생각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최소한 제도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누가 딜을 주도했든지 성공과 실패를 파트너십내에서 공유한다.

후행투자시 valuation이 직전 라운드 valuation 보다 높으면 up round, 낮으면 down round, 동일한 가격이면 flat round라고 한다. up round면 당연히 제일 좋은 것이고, flat round는 사실상 펀딩 이후 기간동안 회사의 가치에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이고, down round는 뭔가 직전 라운드 valuation이 과도하게 평가가 되었거나, 펀딩 이후 회사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Down round는 이전 투자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펀딩을 받는 것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투자자 모두 지분율이 상당히 희석된다. 어쨋든 down round가 무슨 이유에서 발생했든, 회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회사와 투자자 모두의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창업자/경영진이 사업을 잘 못 수행한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투자자 역시 지난 라운드에서 회사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고, 투자자가 회사의 이사회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기존투자자가 down round하기 싫으면 자기들끼리 투자금을 모아서 후행투자를 해도 되는데,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down round때는 pay-to-play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pay-to-play는 명칭 그대로, play하고 싶으면 pay해라, 즉 포커판에서 패를 한장 더 받아보고 싶으면 콜이라도 따라오라라는 얘기이다. 포커판과 상황은 동일하다. 만약 따라가지 않으면 아무리 자기가 이전에 넣은 판돈이라도 패를 접는 순간 더 이상 자기의 몫은 없다. Pay-to-play의 기본철학은, 회사가 어려울때 회사를 계속 지원하는 투자자는 혜택을 얻거나 손실을 최소화하고, 회사를 저버리는 투자자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것이다. 투자도 포커와 마찬가지로 pay-to-play를 할지 말지는, 자기 패가 지금은 좋지 않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때 고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pay-to-play는 정상적인 upround시에는 발생하지 않고, 거의 항상 downround와 함께 들어오는 조항으로,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과 지분율에 영향을 미친다. Pay-to-play 조항도 적용방식은 투자계약하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VC 스토리] 벤처회사 밸류에이션과 스탁옵션

투자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두 가지로 나뉜다. 포스트머니 밸류 (Post-Money Value)와 프리머니 밸류 (Pre-Money Value). 말 그대로, 포스트머니 밸류는 돈 받은 다음의 가치, 프리머니 밸류는 돈 받기 전 가치이다.

예를 들어 $5M 투자금을 받았는데, 포스트머니 밸류가 $20M 이었다고 하면, $5M을 받기전에 프리머니 밸류는 $15M ($20M — $5M)이다. 스탁옵션 때문에 실제 계산은 약간 틀리기는 하지만, 가장 단순하게는 그렇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다. 회사가 $15M 짜리인데, 이 회사에 현금 $5M이 추가되면, 당연히 회사는 $20M 가치가 되니까 말이다.

상장회사와는 달리, 벤처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투자에 대한 욕구가 가격에 바로 반영이 된다. 적어도 상장회사의 경우는 비합리성을 견제할 많은 유동성이 존재하는데, VC 투자는 그렇지 않다. 투자 경쟁 상황과 회사의 직전 투자 라운드 밸류에이션에 얼마 정도 프리미엄을 줄 것인가로 대략의 윤곽은 나온다. 물론 최초 투자자의 경우는 직전 투자 밸류에이션이 없으니, 기준점이 없지만, 그냥 대충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이 $10M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한다. 초기 기업이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는가.

스탁옵션풀을 투자전에 늘리는 것과 투자후에 늘리는 것은 차이가 있다. 투자전에 늘리면 기존투자자만 늘어난 스탁옵션풀로 지분율 희석을 당하는 것이고, 투자후에 늘리면 신규투자자를 포함해서 모든 투자자가 지분율 희석을 당하는 것이니, 신규투자자는 당연히 투자전에 스톡옵션풀을 늘리기를 선호한다. 또한 실제로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는 표면적 투자 밸류에이션을 높이면서 실질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약간은 눈가리고 아웅이지만, 어쨌든 Term Sheet에 밸류에이션 금액을 약간 높여쓸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스탁옵션은 대기업에 비해 벤처회사가 인력 채용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도구이다. CEO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스탁옵션을 부여하는데, 일반적으로 직급에 따라서 대략 회사지분의 0.01%~1% 사이에서 개별적으로 부여한다. 스탁옵션은 거의 대부분 4년에 걸쳐서 행사할 수 있는데, 첫 12개월 직후 행사가능한 스탁옵션의 1/4을 행사할 수 있고, 이후는 매월 전체의 1/48씩 (같은 얘기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나머지를 매월 1/36씩) 행사할 수 있다. 스탁옵션의 부여는 우선 스탁옵션풀 (Stock Option Pool)의 규모를 사전에 의결후 정해놓고, 이후 정해진 풀 내에서 이사회의 승인하에 조금씩 부여가 된다.

[VC 스토리] 보호 받는 투자자

VC투자시 투자형태는 거의 대부분 우선주 (Preferred Stock) 투자이다. 우선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우선회수권리 (Liquidation Preference)과 우선주보호조항 (Protective Provision)이다. 우선주의 권리에 대한 내용은 일반적으로 보통주를 보유하는 창업자와의 이해상충이 가장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회수권리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선회수금액은 원금이다. 이를 간략하게 1x Liquidation Preference라고 한다. 만약 원금의 2배라고 하면 2x Liquidation Preference이다.

우선회수권리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각, 자산의 과반 이상의 양도 및 청산 등의 경우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은 매각, 즉 M&A시에 발생한다. 그리고 Liquidation Preference는 개별 VC 투자원금의 합이지만, 사실상 클래스별 Liquidation Preference 이다. 헤깔리는가? 개별과 클래스의 차이는, 만약 투자자 투자원금의 합이 100이고, 매각대금이 120인 경우는, 우선회수로 100을 모두 회수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만약 매각대금이 60인 경우면 곤란해진다. 개별투자 단위의 우선회수권리라면 모두 자기 원금 달라고 아우성일 것이나, 클래스 단위는 클래스내 투자금액 비중별로 나눠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와 투자자 B가 각각 60억, 40억을 투자해서 투자원금의 합이 100억이 되었다고 할때, 만약 회수금액이 60억원이면, 60억원을 6:4로 나눠가지게 된다. 즉, 투자자 A는 36억, 투자자 B는 24억을 회수한다. 이를 영어로 ratably (또는 pro rata) 회수하였다고 표현한다.

우선주 방식의 또 다른 특징은, 우선주별 차이점이다. 보통주는 일반적으로 하나이지만, 우선주는 클래스별로 다르다. 즉, Series A 우선주, Series B 우선주, Series C 우선주 등등이 서로 다른 클래스로 존재하고, 서로 다른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Liquidation Preference는 역순차적인 방식 (Seniority)과 모든 클래스를 동일한 순차로 보는 파리파수 (Pari-Passu) 방식이 있다. 파리파수는 라틴어로 동일한 스탭 (Equal Step)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초기투자자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파리파수 방식이 종종 적용되고, 후기투자자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순차적인 방식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누구도 손해보기를 싫어할테니 말이다

Liquidation Preference 이외에 우선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주보호조항”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회사의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에 있어서 우선주만 별도로 의결하는 사항을 기술한 것이다. 그리고 우선주보호조항에 기술된 사항 이외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보통주와 동일하게 1주에 1표결을 부여한다. 우선주보호조항의 취지는 우선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데, 주로 자산의 매각, 이전 펀딩보다 높은 우선권 또는 낮은 가격으로 추가 펀딩, 특정 금액 이상의 차입금, 이사회 변경 등등 나열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6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우선주 투자자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고 싶어도 우선주 투자자가 반대하면 매각을 진행할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는 보통주와 우선주의 대부분을 보유한 이사회에서 협의를 거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창업자가 투자자 모르게 진행하다가 우선주보호조항으로 무산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즉, 우선주보호조항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VC 스토리] 너도 나도 동일한 투자자

미국에서 VC투자 방식은 라운드 (Round) 투자이다. ‘라운드’라는 것은 회사가 특정 시점의 투자자 전체와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하는 한 단위이다. 이것을 순서로 해서 Series라고 부르는데, Series A는 회사가 처음으로 VC 우선주 투자를 받은 것이고, 그 다음은 당연히 Series B, 다음은 Series C, 이렇게 계속 진행된다. 그래서 주권 (Stock Certificate)에는 ‘Series A Preferred Stock’ 이런식으로 표기된다. 한 라운드의 펀딩이 될때, 회사는 일반적으로 투자자 대부분과 개별적으로 미팅도 하고, 심사도 하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투자 조건에 대해서는 오로지 리드 투자자 (Lead Investor)하고만 한다. 따라서 투자경쟁이라는 것인 대략적인 투자조건 (Term Sheet)을 제출할 수 있는 리드투자자들간의 경쟁이다. 리드를 못하는 투자자의 경우는 좋은 투자 라운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리드와도 친해야 하고 회사와도 친해야 한다. VC라고 다 인생이 편한 것은 아니다.

리드 투자자가 회사와 주요 투자조건을 협의해서 확정하면, 리드가 아닌 참여투자자 (Syndicate Investor, Follow-on Investor)는 리드투자자가 확정지은 투자조건으로 참여를 최종 결정한다. 따라서 아무리 회사가 마음에 들어도 리드가 확정지은 투자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참여 안할수도 있다.

여하간 한 ‘라운드’내 모든 투자자는 모두 동일한 투자계약하에 투자를 한다. 계약서도 하나이고, 투자자들은 모두 한 계약서의 서명페이지 (signature page)에 같이 서명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한 ‘라운드’에 속한 동일한 투자자 그룹을 한 ‘클래스 (Class)’라고 한다. ‘클래스’는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동일 계약하에서 모든 투자자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한국의 투자 관행과는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 한 ‘라운드’라는 개념은 단순히 동일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다는 것이고, 이외 투자계약 및 서명은 개별 투자자와 회사간의 개별계약의 형태이다. 한국식 투자 관행의 잠재적인 문제점은 서로 상이할 수 있는 투자조건에 따라, 개별투자자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가격에는 투자했지만, 같은 클래스는 아닌 것이다. 즉, 서로 따로 놀아도 된다.

기존투자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부분의 경우 신규펀딩에 일정부분 참여한다.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는 기존투자자가 펀딩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규투자자에게 부정적인 메세지를 주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너무 좋아서, 신규투자자가 전체라운드를 혼자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간 많은 경우 기존투자자는 자기지분율 (Pro Rata) 투자를 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지분율의 희석을 방지한다. 그리고 자기지분율 (Pro Rata) 투자는 사실상 기존투자자의 계약상 권리사항이기도 하다.

[VC 스토리] 벤처투자 다섯가지 관점

A. 시장

투자자 마다 또는 펀드의 성향에 따라 시장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큰 시장이 있는 시장인가 아니면 없는데 만들어 내는 시장인가. 어떤 투자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원하는 반면, 어떤 투자자는 이미 큰 시장이라고 검증된 곳에 새로운 제품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물론 둘 사이의 차이가 흑과 백 같이 명확하지는 않다. Twitter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는가. 아마도 Facebook은 MySpace가 보여준 시장 가능성을 바탕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반 서비스 부문은 새로운 시장의 스토리가 잘 통하지만, 제조업쪽은 쉽지 않다. 제조업 부문의 회사는 기존 대형 제조업체와 사업 개발을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대형 제조업체는 시장의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가치가 기존 제품의 가치보다 2~3배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기존 기술 방식 또는 거래처를 두고 다른 곳을 사용할 위험부담을 지지 않을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제조업체내의 담당자가 무슨 자기 회사인냥 리스크를 질 이유가 없다. 어차피 몇 년후에 다른 부서로 옮길 것이고, 그 사이에 괜한 큰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좋다.

B. 제품

제품 또는 서비스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안 좋은 설명은 다른 경쟁 제품 또는 서비스와 같다는 설명이다. 뭔가 차별이 있어야 한다. LivingSocial을 투자자가 만났다면, 가장 궁금한 질문은 Groupon과의 차별점일 것이다. ‘서비스가 똑 같지만 시장이 크니까 좋은 기회가 있다’라고 했다면, 투자도 못 받겠지만 경영진에 대한 역량 평가는 이미 내려진 것이다. 만약 ‘Groupon의 가장 큰 문제가 가맹점의 현금 회수사이클이 길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라고 한다면, 적어도 얘기는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회사가 공략하려는 시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따라, 제품 또는 서비스를 두 가지 분류로 볼 수도 있다. 하나는 비타민 (Vitamin),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통제 (Pain Killer)이다. 비타민은 먹으면 좋고, 굳이 따로 안 먹어도 괜찮다. 제품/서비스 역시 지금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조금 나은 사양 (Feature)를 보여주면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진통제는 시장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다.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기능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진통제가 비타민 보다 나은가하면 이 역시 투자자의 기호 차이이다. Zynga가 게임 사용자가 그토록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겠지만, Groupon은 로컬의 가맹점이 고객을 유치하는 큰 고민을 해결하는 통로를 제공해 주었다. 두 회사의 현재 시장가치는 유사하다. 물론 애석하게도 유사하게 안 좋다.

C. 고객

고객이 있다는 것은 좋은 포인트이다. 고객이 있다는 것은 시장이 있고 제품이 통한다는 것의 어느 정도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가 심사할 때도 고객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장점 또한 있다. 다만 문제는 고객이 진정한 고객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 인터넷 기업은 대부분 사이트 방문자 증가와 이를 통한 광고 매출을 하는 모델이고, Facebook과 같은 대표적인 업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이트 방문자를 늘리는 방법은 좋은 컨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올 수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검색엔진마케팅 (SEM; Search Engine Marketing)’이라는 방법을 쓴다. Google이나 Yahoo!의 광고네트워크에 돈을 지불하는 방식인데, 정말 놀랍게도 돈을 낸 만큼 효과가 있다. 문제는 사이트 방문자를 끌어 들이는 데에 돈이 들지만, 돈 주고 데려온 방문자로부터 그만큼 돈을 못 번다는 것이다. 이런 고객은 일단 투자자의 눈에는 공짜 미끼 상품 때문에 붐비는 가게이다. 고객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반복 구매 또는 사이트를 반복해서 방문하냐는 지표와 방문을 중단한 고객의 비율 (Churn Rate)이다.

D. 팀 (TEAM)

팀을 보는 눈은 너무나 정성적이다. 창업 경험, 특히 성공 경험, 학벌, 외무에서 풍기는 일종의 포스 등등 다양하다. 일단 좋은 성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면, 당연히 플러스이다. 그리고 초기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중기만 가더라도 현재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가 확인이 되므로, 지금 회사 이전의 경험이 주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많은 경우는 만났을 때의 느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리젠테이션을 통해서 얼마나 역량이 있는지, 안목을 가지고 있는지는 대부분 느껴진다. 특히 CEO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회사의 가치가 CEO의 역량을 초과하기 어렵다. 여하간, 초기기업일수록 실제로 사업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의 가치가 높다. 초기기업의 가장 쉬운 가치평가는 ‘엔지니어수 * 백만불’이다. 물론 곱하기 ‘백만불’은 시절에 따라서 바뀐다. 닷컴 시절은 5백만불이기도 했다. 여기서 한가지 추가한다면, 이 금액에서 ‘일반관리자수 * 3십만불’을 빼는 경우도 있다. 물론 3십만불일지 5십만불일지 아니면 백만불일지는 개인취향이겠다. 예를 들어 5명 엔지니어에 2명 관리인력이면, 회사 가치는 대략 4백4십만불 (5*백만불 — 2*3십만불). 회사 운영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가 되기전까지 관리자는 단순히 비용이다. 초기기업에 CFO, HR 임원, 관리 임원 등등이 있는 경우, CEO의 회사 경영 능력은 상당한 의심을 받을 것이다.

E. 재무

재무를 보는 방식 역시 투자자의 기호이다. 후기단계 투자자일 수록 2년 이상을 보지를 않는다, 하지만 재무의 표현은 아주 상세하기를 원할 것이다. 초기 투자자는 3년 정도는 일반적으로 보고자 한다. 물론 당장 그 다음해의 수치도 소설이라는 것을 안다. 재무라는 것은 수치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수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표현이다. 결국, 시장 규모, 점유율 전략, 가격 전략, 비용 구조, 투자 전략 등이 모두 집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치가 나온 다음에 다시 한번 뒤돌아 보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다. 만약 3년후의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면 ‘여길 왜 투자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너무 크다면 속으로 실소를 할 것이다. 너무 작다 크다 역시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이 중간점을 타는 것이 경영진의 능력일 것이다.

[VC 스토리] 벤처캐피탈의 하루

처음 회사를 만나는 장소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시간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두어명이 1차 미팅을 VC 회의실에서 한다. 그리고 효율지향적인 사람들일수록 첫미팅이 45분을 넘지를 않는다. 벤처회사의 CEO가 VC 사무실로 오는 경우, 리셉셔니스트가 회의실로 안내를 해주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존감이 충만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회의실에 나타나면서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네면서, 가볍게 자신의 자존감을 표출한다. 시간의 효율성 보다는 회사의 실제 모습을 처음부터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회사로 방문을 한다. 오고가는 시간의 낭비는 있지만, 회의실에 앉아서 CEO만 보는 것 보다는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으며,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나오지 않는 많은 정보를 체감으로 얻을 수 있다. 직원들의 움직임, 표정, 사무실의 공기까지 이 회사의 많은 것을 내포한다.

벤처기업 경영진이 VC 사무실로 올때와는 달리,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벤처 기업을 방문할때는 많은 경우 이미 사무실에 프리젠테이션을 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벤처회사쪽에서 CEO는 늘 미팅에 참석하고, 초기기업인 경우 공동창업자 (Co-Founder)가 CTO나 사업개발담당 등의 자격으로 같이 참석하고, 후기기업인 경우 CFO가 미팅에 같이 참석하기도 한다. VC가 벤처회사에 만나자고 했을때, 아주 잘 나가는 벤처회사의 경우는 미팅을 안하겠다고 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회사로 인생 끝내는 것도 아니고, 다음번 창업을 고려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VC 미팅은 일단 최선을 다 해서 해 준다. 돈을 받고 안 받고는 다음 문제.

회사 프리젠테이션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사항은, 시장, 제품, 고객, 팀, 재무 등이다. 이 것은 스타트업 엑설러레이터인 (Accelerator)인 500스타트업스 (500 Startups)의 데이브 맥클루어 (Dave McClure)가 제시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가지는 관점을 쉽게 일반화한 것으로 보이고, 일단 이 관점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여하간 투자자는 이 다섯가지를 바탕으로 평가한 가치에 회사가 수긍하고 돈을 받을 의향이 있으면 투자, 그렇지 않으면 패쓰다.

투자자 마다 이 다섯 가지의 배점이 다르고, 이 다섯 가지 항목내에서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를 테면, 세코이아 캐피탈 (Sequoia Capital)의 창업자인 돈 발렌타인 (Don Valentine)의 경우는 “큰 시장을 타겟하라 (Target Big Market)”고 시장의 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많은 다른 투자자들은 무엇보다도 팀의 역량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말로는 팀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얘기한다. 물론 속 마음은 다를 수 있겠지만. 대충 잘 모르겠으면 동일한 비중으로 다섯 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500스타트업의 데이브 맥클루어는 각각이 백만불의 가치라고 평가한다. 다섯개중에 네가지를 갖추고 있으면 투자가치 4백만불. 일반적으로 초기기업일수록 팀/시장이 중요하고, 후기기업일 수록 제품/고객이 중요하다. 어차피 초기에는 팀과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시장 밖에 없고, 후기는 시장의 존재와 팀의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상태이고, 실제 제품과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그리고 모든 운영의 결과물인 재무적인 실현이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