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드라마인 Theranos의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최근에 연방검사가 주요 증인에 대한 증언을 회유했을 수 있다는 사유로 재판이 연기되고 있다. 어쨌든 한때 1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까지 갔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로 한순간에 사라진 비극적(?) 회사였다. 하지만 Theranos의 초기투자자였던 Tim Draper (같이 이사회를 한적이 있는데 도대체 특이한 양반이다)는 여전히 엘리자베스 홈즈는 희생양이고 사기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론 바이오업계에서는 Theranos가 잘나가던 시절부터 이미 엘리자베스 홈즈를 사기꾼이라고 했었다.
그럼 엘리자베스 홈즈는 ‘희생양’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결론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두 ‘진실’이다. VC업계에서 오랜기간 테크VC와 바이오VC는 원래 같이 놀던 사이가 아니었다. 운동으로 치자면, 모두 운동선수이지만, 한명은 농구를 하고 다른 한명은 야구를 하는 식이다. 둘이 같이 플레이 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산업이 이래저래 섞이기 시작하면서 둘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기 시작했고, Theranos는 이런 시대변화의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실제로 Theranos는 바이오업계의 회사이지만, 투자자는 모두 테크VC로 구성되어 있다. 어차피 바이오VC는 이 회사를 처음부터 맘에 들어하지 않아했다.
테크VC와 바이오VC는 현재 (present)를 보는 방식이 완전히 상반된다.
테크VC는 미래 (future)를 현재시제로 얘기한다. 테크는 미래를 이루는 기술이고, 현재는 그 미래를 위한 단계일뿐이다. (“나는 어제 내일의 너를 만난다”)
바이오VC는 과거 (past)를 현재시제로 얘기한다. 증명하려는 것은 과거에 가설로 준비한 논문이다. 현재는 그 과거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난다”)
Theranos에 투자한 테크VC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말이 다 진실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내일의 너를 만난 것이다. 반면 바이오VC에서는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꾼이다. 과학적으로 어제의 기술로 Theranos의 내일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크와 바이오가 중첩이 많아질수록 이런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다면 나는 미래를 현재시제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내일의 너를 지금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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