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는 시코이어 캐피탈 (Sequoia Capital)과 함께 미국 VC의 두 축이었다. 클라이너와 시코이어 모두 1972년에 시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2000년대 초기까지만해도 클라이너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존 도어 (John Doerr)라는 대표적인 인물이 있고, 클라이너의 대표적인 투자인 Google과 Amazon 등의 딜을 이끌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때 존 도어의 집에서 이 동네 주요 인물들을 초대한 저녁만찬을 하기도 하였다. 그 만큼 클라이너는 벤처생태계의 정점에 있고, 그곳의 파트너들은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정도의’ 자존감 그 자체였다.
이런 클라이너가 서서히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면서 부터이다. 교통의 혁명을 이룰 두바퀴 운송수단 (Segway), 미완의 전기차 (Fisker), 클린 에너지 혁명을 이룰 바이오연료, 태양열 등등 수천억원을 에너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대부분 회사가 실패하였다. 클라이너가 에너지를 외치는 동안, 실리콘밸리는 소셜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트랜드가 대형 회사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 링크드인 등을 비롯한 대표적인 회사가 등장하였다. 클라이너는 아직도 대표적인 투자회사로 구글과 아마존을 들어야 할만큼 지난 10여년간 대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클라이너는 뒤늦게 팀을 구축하고 디지털 미디어에 다시 투자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미 초기투자 기회는 지나가 있었고, 높은 기업가치에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였으나, 클라이너의 명성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하였다. 또한 이 분야 투자를 위해 영입한 젊은 파트너들도 그다지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였다.
이 와중 2012년부터 시작된 여성 파트너인 엘렌 파오 (Ellen Pao: 현재 Reddit CEO)과 성차별에 대한 소송이 몇일전에 ‘최고의 변호인단을 구축한’ 클라이너의 승소로 일차 마무리가 되었는데, 이 소송을 통해서 클라이너 파트너들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사치스러운 삶이 알려졌다. 여성 파트너들은 클라이너의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이나, 남성에 비해 한참 낮은 급여를 받거나, 남성 파트너들만의 스키여행, 플레이보이 맨션 여행 등이 언급되었다. 심지어는 클라이너의 대표적인 여성 파트너인 ‘인터넷의 여왕’ 메리미커 (Mary Meeker) 역시 남성 파트너들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최근 클라이너는 초기투자자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VC인 Social+Capital을 인수합병하여, 팀을 새롭게 구축하려고 했으나, 클라이너 회사의 의사결정 관련 권한을 내놓지 않으려는 자세때문에, 합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백인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VC 모델의 중심에 서 있다. 클라이너의 현재 위기가 VC 의 지속적 성과창출 역량, VC내의 다양성의 가치, VC 인력의 새대교체의 필요성 등에 대한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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