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00년 컨설팅 그리고 2015년 벤처투자

2000년 3월 10일은 미국 나스닥지수가 5,132로 역사상 최고를 기록한 날이다. 이후 곧바로 ‘닷컴버블’이 터졌고 1년 후 지수는 2,000 이하로 급락하면서 벤처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15년이 지난 2015년 3월 나스닥지수는 다시 한번 5,000을 넘나들고 있고, 오늘 나스닥 종가기준 최고치 (5,048.62)를 경신할지도 모르겠다.

닷컴당시 2000년대초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다녔었다. 지금은 위상이 예전같지만은 않지만, 당시만해도 미국계 컨설팅회사는 한국 회사들에게 ‘한수’ 가르쳐주는 위치였다. 이 컨설팅 회사 역시 한국의 경제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경제적 넛크래커 (Nutcracker) 상황에 처해있다는 통찰을 설파하면서 나름 한 칼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국 회사들도 컨설팅회사들이 글로벌하게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많이 (어찌보면 필요 이상으로) 존중해 주었다. 프로젝트 발표때 미국에서 건너온 시니어 파트너가 “나의 20년간의 선진기업 컨설팅 경험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쓰면, 일단 듣는 사람들은 ‘아멘’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리고 굳이 검증따위는 필요 없어진다. 그의 한마디에, 한국 컨설턴트가 몇주간 밤새 일한 데이터는 보고서 페이지수를 늘리는 역할에 불과해진다. 물론 분석 결과가, 많은 경우 경험 많은 전문가의 통찰력에 부합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여하간 최근 벤처투자업계는 2000년대초 컨설팅업계와 유사하다. 2000년대 뉴욕에서 날라온 검정색 정장차림의 미국인이 한수를 가르쳐줬다면, 2015년대 실리콘밸리에서 날아온 청바지 차림의 미국인이 한수를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많이 (어찌보면 필요 이상으로) 존중해 주고 있다. 물론 앞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이 경험과 지식인지, 아니면 청바지의 미국인이라는 이미지가 생성하는 만족감인지는 구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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