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회수시장 논의의 단골 손님이 벤처 M&A 활성화이다. 그리고 근거로 미국 시장을 제시한다. 미국 벤처시장에서는, 벤처회수 (exit)의 90% 정도가 M&A를 통해서 이루어질 정도로, M&A가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반대로 거의 대부분이 IPO를 통해서 벤처회수가 이루어진다.
M&A 활성화는 특히 아래 두 가지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1) “모든” 기업이 대상이다. 2명 밖에 없는 벤처나 500명이 넘는 벤처 모두가 M&A의 대상이다. 즉, 벤처 생애에 걸쳐 모든 단계에서 회수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IPO는 일정 요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회수시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한국 벤처환경에서 회수시장이 작은 것은 당연하다.
2) 벤처 회사의 사업모델이 “성장”이 된다. M&A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외형규모 (매출, 사용자, 트래픽 등)를 키우기 위한 모티브이고, 따라서 성장성과 규모에 초점을 맞추며, 이익자체가 인수목적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M&A 회수시장이 크다면, 벤처 회사도 단기이익실현 보다는 외형성장을 위해 회사의 자원을 활용할 것이다. M&A가 없는 한국에서, 한국의 벤처회사는 성장지향적 모델을 추구하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M&A 라는 것이 “활성화 하자”고 하면 되는 것인가이다. 정부는 대기업이 벤처 회사를 인수하라고 하고, 대기업은 규제완화를 해달라고 하고, 벤처는 대기업이 사람 빼내간다고 한다.
1) 대기업: 미국에서 대기업의 벤처회사 인수는 일상이다. 그리고 인수라 함은 거의 대부분 “100% 인수”이다. 즉, 벤처회사가 대기업의 사업부로 흡수된다. 한국에서 인수했다고 하면 대부분이 30% 정도 지분 인수이다. 그러니 대기업에서 얘기하는 것은 대부분 계열사 편입 유예, 증손회사 지분규제, 금산분리 규제완화 등 이다. 100% 인수가 아니라면, 회수로서의 의미는 상당부분 훼손된다. 구글이나 시스코 등이 금융자회사가 있어서 M&A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금산분리와 M&A 활성화는 상관관계가 ‘제로’이다.
2) 벤처회사: 미국에서도 대기업이 벤처 인력을 채용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벤처인력이 벤처회사를 안 떠나고 남는 이유가 있다. 큰 조직이 싫고 벤처문화가 좋고, 폭넓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등등 여러 정성적인 부분도 역할을 하지만, 제도적으로 회사와 인력의 이해관계를 “창업자주식” 또는 “스톡옵션”으로 일치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기업도 사람만 빼내는 것보다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싸게 치기 때문에 인수한다. 미국은 초기기업에서 지분의 20~30% 정도를 스톡옵션으로 할당하고 있고, 몇명의 공동창업자 (cofounder)들이 지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한국 벤처회사들은 얼마나 직원들과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3) 정부: 대기업에게 벤처회사를 억지로 인수하게 할수도 없다. 사기 싫으면 그만이다. 다만 사고 싶은데 불확실성때문에 M&A를 못하게 되는 것은 줄일수 있을 듯 하다. 다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자회사 추가 개념으로 M&A를 접근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적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래도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M&A 시장내에 들어와서 이를 활성화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불합리한 세금규정 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M&A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굳이 누구부터 바뀌어야 하는 순서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벤처회사부터 변화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차피 대기업과 정부는 몸집이 커서 움직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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