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들어서 한국에서는 예전에는 못들어보았던, 창조경제, 마중물, 성장사다리 등등 많은 용어들이 회자되었다. 정책을 전국민적으로 드라이브 걸때에는 상징적인 용어나 구호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도 가장 노골적이면서도 명확한 구호가 ‘새마을운동’의 ‘잘 살아보세’인 듯 하다. 아침/저녁으로 TV와 동사무소 확성기 등에서 울려퍼지던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는 30년 넘게 지난 지금도 기억에 뚜렷하다.
30~40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다시 정부정책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듯 하다. 새마을운동2.0이라고 해야할 듯하다 (쓰면서 찾아보니 벌써 이 용어를 쓴분이 계시더라고요). 70년대 새마을운동의 원형이 이스라엘식 현대화였었는데, 2013년도의 창조경제에서도 요즈마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식 벤처정책이 등장하였다. 새마을운동에서는 일단 지붕을 슬레이트로 변경하도록 융자를 해줬다고 하면, 창조경제에서는 벤처를 세우면 여러 프로그램으로 투자를 해주고 있다. 새마을운동이 농촌의 서구화를 추구했다면, 창조경제는 벤처의 실리콘밸리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다시 한번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가의 발전계획을 그려나가고 이를 세부적으로 실행하고있다.
이동네에서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위한 미국정부의 역할을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글쎄…특별히 없는데”라고 얘기할 것이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이유를 농담삼아서 “워싱턴DC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하간 미국내에서도 지난 몇십년동안 주정부내지는 지방정부 단위로 실리콘밸리를 복제하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미국내 실리콘밸리 투자비율이 오히려 계속 높아지기만 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 실리콘밸리와 상황이 다르고, 성장단계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한국에서 정부의 역할이 뭐냐고 묻는다면, 벤처생태계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2000년전이나, 칼 막스 때나, 지금이나 경제의 함수는 “노동+자본”이다. 벤처에게 적용해 보면, “창업가+투자”이다. 실리콘밸리 역시 풍부한 “창업자를 생성하는 환경”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풍부한 “창업 자본”이 새로운 것에 대한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으로 묶인 곳이다. 이것이 생태계이다. 정부가 창업가를 만들기 보다는 창업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가 직접 투자해야할 산업을 정의하고 주도 하기 보다는 창업자본이 축적되도록 벤처 자금이 원활히 흐를 수 있는 재원과 제도를 지원하는 것일 듯 하다.
투자자 입장으로 어느정도 편견이 있겠지만, 한국의 가장 취약한 것은 창업자본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미국내 50대 부자중 12명이 IT 벤처회사를 창업한 사람들로, 창업 자본이 매우 축적되었다.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벤처로 부를 축적하여 지속적으로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의 여유가 많은 것이다. 반면 한국은 창업 자본이 취약하다. 부자의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부동산 분야일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은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고, 벤처로 돈 번 사람은 벤처에 투자할 것이다. 한국의 기관투자자 역시 주식투자와 부동산 투자는 많이 했어도, 벤처투자는 매우 소극적이다. 어찌보면 한국과 같이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높고,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고, 부동산은 늘 오르는 환경에서는 당연했던 자산배분일 것이다. 한국의 벤처펀딩 환경에서 정부 기관이 빠져버리면, 곧바로 고사될 정도로 펀딩 환경은 척박하다.
실리콘밸리에는 여러 민족들이 모인다. 하지만 한국인들처럼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참 드물다. 참 국가에 대한 애정이 많은 민족이다. 정부는 이제 이런 애국심이 많은 민간에게, 즉 생태계의 구성원들에게 창조경제의 몫을 넘기고, 정부는 생태계에 직접 들어오기 보다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환경과 인프라 구축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환경과 인프라는 드러나지 않지만, 생태계를 보면서 그것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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