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변호사의 천국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에서는 그냥 넘어갈 일도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실제로 앰뷸런스 체이서 (Ambulance Chaser)라고 해서, 각종 민사소송거리를 쫒아 다니는 변호사도 많이 있다. 그리고 미국내에서도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인 농담들도 무지하게 많다 (google에서 jokes about lawyers만 검색해도 하루 종일 재미있게 보낼수 있다). 여하간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미국에서 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 및 자문은 변호사에게 묻는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이 특정 업종의 전문가라고 해도, 법적인 책임이 따르는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다.
벤처투자 및 벤처활동 관련해서도 변호사의 역할이 많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법무법인중에는 Wilson Sonsini, Fenwick 등과 같이 벤처법을 전문적으로 자문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즉, 벤처법전문 변호사가 많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벤처법전문 변호사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투자이전단계: 벤처법전문 변호사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은 딜을 실제로 수행한다. VC는 규모에 따라 1년에 보통 2~10건 정도 투자를 하는데, 변호사들은 한달에도 수십건의 투자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벤처투자금액, 투자조건 등 환경에 대한 부분과 어느 투자자가 어느 투자성향을 가지고 얼마나 투자하는지 등 투자자에 대해서도 가장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이 종종 딜을 투자자에게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 투자단계: 투자의 조건이 들어가는 term sheet 및 본계약은 거의 대부분 변호사가 작성한다 (물론 최근에 초기투자에서는 나름 표준화된 형태로 싸게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기는 하다). 미국의 벤처투자계약서는 실제 투자계약서인 Stock Purchase Agreement로 시작해서, 각종 계약이 하나의 묶음으로 나온다. 사실 계약서 내용이 대동소이하지만, 법적인 조항이라는 것이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 시점에서는 투자자와 회사가 모두 변호사를 고용한다. 그리고 투자자-회사가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기본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양측의 변호사가 협의를 한다. 물론 변호사가 결정하는 것은 없고, 당사자를 대행하는 것이지만, 노련한 변호사일수록 여러 상황에 대한 의미를 잘 설명해 주고 적절한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피투자회사는 일반적으로 투자자 법률자문사 (investor counsel)에게 해당 투자와 관련된 자문비용을 지불한다.
3) 투자이후: 이사회 미팅은 기본적으로 회사 변호사 (company counsel)가 입회한다. 변호사는 여러 안건에 대해 이사회 의결에 대한 법적인 규정을 명확히 해주고, 이사회에서 협의하고 결의한 사안에 대해 이사회노트를 작성하고, 필요한 경우 이사회 멤버들의 서명을 받는다. 또한 회사의 운영중 발생가능한 해고 및 구조조정, 매각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법적인 자문을 수행해준다. 결국 이사회 멤버가 법적 절차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특정 의사결정이 법적인 리스크 등이 있는 경우, 이를 인지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의 경우는 벤처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변호사도 별로 없고, 법무법인은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변호사도 많이 넘치는데, 이런 특화된 법무법인을 열어보는 것도 창업 아이디어) 그리고 벤처 투자나 활동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물론 미국은 투자계약이 복잡해서 변호사가 더 필요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투자계약서는 여러 부속계약서와 회사 정관을 연결하면서도 다양한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를 한다면, 한국의 투자계약서는 해당투자자와 회사간의 단편적인 계약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한국에서는 이사회의 형태도 잘 운영되지는 않지만, 이사회에 변호사가 입회하여 법적인 자문을 주는 경우는 거의 드문 듯하다. 벤처업계 전체가 투자 및 벤처 활동에 대한 법적인 명확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벤처업계에 계시는 분들이 실리콘밸리의 여러 벤처 법제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 틀린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에 대해 법적인 검증이나 자문을 받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가끔 실리콘밸리에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동네 벤처 관행이나 법에 대한 질문도 받는데, 어디까지나 투자자로서의 경험과 견해이지, 법률 전문가로서의 정확한 의견이 아닐수 있다. 몸이 약간 이상하면 네이버 지식검색으로 증상을 검색해 볼수는 있지만, 돈과 시간을 절약하려고 자신의 생명을 네이버 검색에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질병은 의사에게 물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제도를 배울수 있는 정책을 제안한다면, 구글을 검색하거나 내지는 몇몇 비전문가에게 물어서 제안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정확한 현황파악과 정책제언을 위해서, 돈이 들더라도 벤처법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보자. 좀 비싸지만 말 잘하면 깍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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