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업계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접점에 있고, 경력이나 학력 모든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VC를 하는 사람들이 매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시점이 되면,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을 했을리 없다는 방어기재, 자신의 투자기업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 자신의 VC 파트너십내에서의 위치, 벤처 업계의 명성 등등 여러 생각들이 맞물리면서 망해가는 회사에 지속적인 후행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VC 업계에서 종종 “Throw good money after bad”이라고 한다.
VC가 파트너십이라는 측면은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즉, 해당 투자회사의 담당 파트너가 점점 비이성적이 되어갈때 이를 견제해주고, 정신차리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이사회멤버를 교체해 VC내 다른 파트너가 이사회로 참여한다. 물론 또 담당 파트너를 교체했을때의 문제는 종종 자신이 투자를 리드하지 않은 딜에 대해서는 보다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리콘밸리내 많은 VC들이 남이 투자해도 자기 투자인 것 처럼 생각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최소한 제도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누가 딜을 주도했든지 성공과 실패를 파트너십내에서 공유한다.
후행투자시 valuation이 직전 라운드 valuation 보다 높으면 up round, 낮으면 down round, 동일한 가격이면 flat round라고 한다. up round면 당연히 제일 좋은 것이고, flat round는 사실상 펀딩 이후 기간동안 회사의 가치에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이고, down round는 뭔가 직전 라운드 valuation이 과도하게 평가가 되었거나, 펀딩 이후 회사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Down round는 이전 투자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펀딩을 받는 것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투자자 모두 지분율이 상당히 희석된다. 어쨋든 down round가 무슨 이유에서 발생했든, 회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회사와 투자자 모두의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창업자/경영진이 사업을 잘 못 수행한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투자자 역시 지난 라운드에서 회사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고, 투자자가 회사의 이사회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기존투자자가 down round하기 싫으면 자기들끼리 투자금을 모아서 후행투자를 해도 되는데,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down round때는 pay-to-play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pay-to-play는 명칭 그대로, play하고 싶으면 pay해라, 즉 포커판에서 패를 한장 더 받아보고 싶으면 콜이라도 따라오라라는 얘기이다. 포커판과 상황은 동일하다. 만약 따라가지 않으면 아무리 자기가 이전에 넣은 판돈이라도 패를 접는 순간 더 이상 자기의 몫은 없다. Pay-to-play의 기본철학은, 회사가 어려울때 회사를 계속 지원하는 투자자는 혜택을 얻거나 손실을 최소화하고, 회사를 저버리는 투자자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것이다. 투자도 포커와 마찬가지로 pay-to-play를 할지 말지는, 자기 패가 지금은 좋지 않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때 고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pay-to-play는 정상적인 upround시에는 발생하지 않고, 거의 항상 downround와 함께 들어오는 조항으로,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과 지분율에 영향을 미친다. Pay-to-play 조항도 적용방식은 투자계약하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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